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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최강 프로젝트 해외영화 12편 (2)
2003-01-03

초특급 강자들,초강력 귀환

터미네이터, 세 번째 귀환조너선 모스토의 <터미네이터3: 기계들의 반란> (Terminator3: Rise of Machines)

용광로 속에서 그의 뼈대가 녹아 사라지는 순간에도 감히 그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믿은 관객은 없었을 것이다. “돌아온다”는 것은 그의 입버릇이었으니까. 터미네이터의 세 번째 귀환은 무려 12년이나 걸렸다. 2002년 4월 제작에 돌입해 9월 촬영을 마친 <터미네이터3>는 50대 중반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다시 T800의 이름으로 소환해 2003년 여름 시즌 제패의 출사표를 던졌다. “오사마 빈 라덴의 집 전화번호만큼 알아내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돌 만큼 의 보안은 철통 같지만 이야기의 구조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3편의 시계는 <터미네이터2>로부터 10년 뒤.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성장한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2029년을 지배하는 기계들은 다시 암살자를 보내고 인간 레지스탕스는 사이보그 T800을 보호자로 파견한다. 세 번째 킬러 T-엑스, 일명 터미나트릭스(크리스타나 로켄)는 여성형 사이보그로 T800이나 T1000을 능가하는 전투력과 변신을 넘어 에너지 형태가 되거나 사라지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디지털 특수효과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특수효과가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 얼마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는 1억7천만달러의 사상 최고 제작비(슈워제네거 개런티 3천만달러)의 지출 내역과 맞물려 가장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청년 존 코너 역에는 마약문제를 겪고 있는 에드워드 펄롱 대신 닉 스탈이 선택됐고 존의 연인으로는 애초 캐스팅됐던 소피아 부시가 너무 어려보인다는 이유로 도중하차하고 클레어 데인즈가 자리를 메웠다.

<터미네이터2>가 속편으로 훌륭했던 열쇠는, 무적의 악당이었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T1000에 비해 열등한 약자이자 존 코너의 보호자로 변모한다는 영리한 트위스트에 있었다. 그에 비해 <터미네이터3>에 굵직한 반전의 기회는 얼핏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T1000의 선조격인 모델 T800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신선한 놀라움을 은근히 예고한다. <브레이크다운>에서 액션 하나하나에 플롯을 추진하는 동력을 실어주었던 조너선 모스토 감독의 구성력 역시 영화 테크놀로지의 귀재 제임스 카메론과는 다른 승부수를 기대하게 만든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검은 상처의 블루스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Mystic River)

인간 심리의 어두컴컴한 강기슭에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겸 감독 3인이 모인다. 2003년 9월 공개되는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스물네 번째 영화 <미스틱 리버>는 데니스 르헤인의 2001년작 동명 베스트셀러에 기초한 사이코스릴러다. 이스트우드의 근작 중에는 <미드나잇 가든> 이후 처음으로 이스트우드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는데 이는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의 주연 명단만 봐도 납득이 가는 선택이다. 지미(숀 펜)와 숀(케빈 베이컨), 데이브(팀 로빈스)는 어린 시절 친구. 돌아보기도 끔찍한 소금기둥과도 같은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25년간 단절됐던 셋의 관계는 지미의 맏딸 케이티가 살해되는 새로운 비극으로 말미암아 다시금 운명의 실을 얽는다. 형사가 된 숀은 케이티의 사건 수사를 담당하면서 겨우 봉인했다고 믿었던 악의와 폭력의 구렁텅이로 끌려 들어가고 거칠게 살아온 전과자 지미는 법의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딸의 핏값을 손수 받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수십년 전 유괴돼 성적으로 학대당했던 세 번째 친구 데이브는 용의자로 트라이앵글을 완성한다. 이 밖에 로렌스 피시번이 케빈 베이컨의 파트너 형사로, 로라 리니가 숀 펜의 아내로 분한다. 보스턴에서 2002년 9월 촬영에 들어간 <미스틱 리버>는, 제작진의 오스카 수상 및 노미네이션 경력만으로도 포스터가 빽빽해질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해 작가 브라이언 헬겔런드(국내 미개봉된 이스트우드 전작 <블러드워크>의 시나리오를 썼다), 아트디렉터 헨리 범스테드, 조연 마르시아 게이 허든이 역대 오스카 수상자다. 스릴러 장르를 골라잡을 때마다, 번잡한 범죄현장에서 인간과 사회의 흥미로운 단면으로 끊임없이 한눈을 팔아온 도덕주의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깊이를 더한 통찰을 기대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저주받은 초능력, 손을 잡다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2>(X-Men2)

2002년 박스오피스를 옴쭉달싹 못하게 포획한 스파이더맨은 슈퍼맨처럼 강하지도 않고 배트맨처럼 부티나는 무기도 없는 초라한 ‘슈퍼 히어로’라는 점에서 개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그나마 명성이라도 있다. 한발 앞서 할리우드로 진출한 마블코믹스의 캐릭터 엑스맨들은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아차리는 슈퍼스타도 못 된다. 극중에서도 엑스맨은 초능력자들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불길한 소수자로 핍박받는다. 그리고 <엑스맨> 시리즈만의 가장 걸출한 매력도 거기서 솟는다. <엑스맨>은 매우 정치적인 판타지이며 어떤 슈퍼 히어로 스토리보다 지적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를 보유한 블록버스터다.

집단수용소 캠프에서 벌어지는 첫 장면부터 <엑스맨>에 내재된 인종주의와 관용에 대한 메타포를 전면에 세웠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이어 연출한 <엑스맨2>는, 1편에서 정치 견해 차이로 반목했던 자비에 박사의 엑스맨들과 매그니토의 수하들이 외부의 박해를 맞아 연합전선을 결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 시리즈 중 1982년작 <신은 사랑하고 인간은 죽인다>에 크게 기댄 <엑스맨2>에서 ‘공적’(公敵)은 안티 돌연변이 단체를 결성해 “당신의 아이, 지금 테스트해보세요!” 따위의 표어를 건 인종주의적 공세를 퍼붓는 전 육군장성 겸 방송선교가 윌리엄 스트라이커.

자비에 박사를 납치한 스트라이커가 박사의 텔레파시를 이용해 보통 사람과 돌연변이를 식별하는 작업에 나서자 매그니토 일파와 엑스맨은 대립을 잠시 접고 연대한다. 로그와 갬빗의 로맨스, 울버린과 사이클롭스, 진 그레이의 삼각관계도 잔가지를 친다. <엑스맨> 시리즈의 불가결한 재미는 캐릭터 앙상블. 스톰, 사이클롭스, 진 그레이, 울버린, 로그, 파이로, 미스틱 등 낯익은 멤버가 외모와 능력을 업그레이드한 가운데, 앨런 커밍의 나이트 크롤러, 대니얼 커드모어의 콜로수스, 켈리 후의 레이디 데쓰스트라이크가 2편에서 신고식을 치른다. 속편의 원칙에 따라 스턴트와 세트, 메이크업이 고급화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매트릭스>와 <터미네이터3>가 인간의 반란을 선동하는 2003년, 인간에 대한 반란을 보여줄 <엑스맨2>는 더욱 매력적일 듯. 이십세기 폭스코리아는 5월 개봉을 계획 중이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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