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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감독의 <조선의 주먹>
2003-01-03

멋진 사나이, 시라소니

역대 최고의 주먹은 아마도 전문가들이라면 ‘잇뽄’ 김두한 등과 함께 그를 빼놓지 않을 것이다. ‘시라소니’ 이성순. <조선의 주먹>은 한반도의 북쪽을 주먹으로 호령했고, 중국 만주, 상하이 등지에서 수많은 전설을 남겼던 시라소니를 그리는 영화다. 그렇다고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일대기 식으로 그려내는 건 아니다. 1936년 겨울 만주의 봉천(현재 심양)과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허구적 재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싸움을 막무가내로 좋아했고 환상적인 솜씨를 가졌다는 시라소니의 캐릭터만 사실에 가깝고, 나머지 이야기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나가게 된다. 영화는 5년 전 맞붙었다가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이상대를 시라소니가 찾아나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일본군과 중국인들로부터 조선인 거리를 지키고 있는 듬직한 주먹 이상대는 신임 일본 치안책임자 도조의 위협에 맞서고 있던 형편으로 시라소니의 갑작스런 도전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런 와중에 도조 또한 천하의 싸움꾼이란 사실을 알게 된 시라소니는 그와 맞붙으려다 큰 사고를 치고, 봉천의 조선인들은 위험에 처한다. <조선의 주먹>은 시라소니, 이상대, 도조라는 세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내세워 호쾌한 액션과 남성들의 의리, 일제시대 조선인의 삶 등을 담을 예정이다.

“남자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뤄보고 싶다”고 김태균 감독은 설명한다. <화산고>를 마친 뒤 옛날 ‘깡패’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있던 그는 애초 60년대를 배경으로 조직 2인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려 했으나, 자료를 조사하던 중 시라소니라는 존재를 만나게 되면서 방향을 선회하게 됐다. “시라소니는 조직이란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혈혈단신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장안의 강자들과 1대1로 대결하던 사람이었다. 얼마나 멋있냐. 그뿐만 아니라 당시의 주먹은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진짜 사나이들이었다. 게다가 그때는 조직폭력배란 개념도 없던 시대였다.” 배경을 30년대 만주로 삼은 것은 유년기 그의 꿈속에 있던 이미지를 스크린 위에 투사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개털 모자를 쓰고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영웅들의 이야기는 그의 마음속에 줄곧 남아 있었고, 여기에 시라소니라는 캐릭터가 결합되면서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것이다.

<조선의 주먹>은 시대극이지만, 역사적 고증이나 사실 재현보다 그 시대 상황을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하는 데 더 신경을 쓰는 영화다. 시라소니 캐릭터부터 중후한 이미지가 아니라 다소 철부지이며 생기발랄한 ‘신세대 주먹’이니 말이다. 중국 베이징 인근에 6억원을 들여 지을 오픈세트 또한 30년대의 화려한 풍경과 현대적인 공간감을 조화시킬 예정이다. 음악의 주된 분위기를 강렬한 기타 리프의 록으로 설정한 것도 ‘현대풍 시대극’을 위한 시도. 또 하나 신경쓰는 점은 액션이다. 김태균 감독은 <화산고>에서 ‘토종 와이어 액션’을 선보였던 이응준 무술감독과 함께 기존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액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 중이다. 2월 하순 크랭크인할 이 영화는 45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에서 100% 촬영될 예정이다. 김 감독이 꼭 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 “<화산고>와는 많이 다를 겁니다.”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스무살의 원초적 주먹!

<조선의 주먹>의 시라소니는 ‘단지 거기 싸움이 있기 때문에’ 싸움을 하는 본능적인 주먹이다. “그에게 싸움은 섹스 같은 거죠.” 이렇듯 결전을 벌이면서도 즐거움을 찾는 시라소니의 기질을 표현하기 위해선 20대 초반의 배우가 필요하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또 벽을 딛고 튀어올라 3~4m 정도 날아간 뒤 상대방의 얼굴을 명중시키는 ‘공중걸이 박치기’ 등 기술이나 좌중을 사로잡았다는 춤솜씨를 보여줄 수 있으려면 몸도 날렵해야 한다. 사실 시라소니 역은 최근 급부상 중인 신세대 연기자로 거의 정해졌지만, 상대역인 이상대를 맡을 배우가 결정되지 않아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민족주의자며 듬직한 맏형 기질이 있는 이상대는 이 영화 드라마의 대부분을 이끌어갈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다들 시라소니를 하겠다는 통에” 아직 미정. ‘채찍 액션’의 달인인 도조 역은 일본 배우가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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