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영화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숨은 일꾼들 [3]
2003-01-04

우리,영화판 밖에서 대박을 꿈꾼답니다.

원스톱 서비스,논스톱 서비스

‘원스톱 서비스’. 그가 내건 모토다. 홍보 전단 및 포스터의 경우 그는 직접 들고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가져간다. 영화사가 해야 할 심의업무까지 대행해주고 있는 것이다. 거래처 확보를 위해서라면 이만한 서비스는 기본이다. 또 계약한 작품이라면 일정이 촉박하다고 하더라도 기한을 지켜주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것이 그만의 신뢰충전 비결이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대선 특수를 맛보지 못해서일까. 인터넷과 방송의 위력에 밀린 인쇄소의 연말 표정은 대부분 울상이다. 그러나 기획사 다보INC와 거래하는 곳만은 예외다. 시나리오, 콘티, 포스터, 전단 등 영화쪽 인쇄물을 송두리째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공공의 적>을 시작으로 40여편의 영화 관련 인쇄물을 찍어내느라 일손이 부족할 정도였다니. 1년차인 임동식(28)씨 또한 호된 수습기간 덕분에 복잡한 전체 공정을 눈으로 익히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현재 그의 역할은 교정지를 들고서 영화사와 인쇄소를 오가는 일. “영화사가 요구한 주문을 120% 만족시켜주기 위해 매 순간 긴장을 먹으며 죽어라 뛰지만” 뒤통수치는 돌발사고만큼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푸념한다. <일단 뛰어>의 경우 윤전기에 종이 찌끼가 끼어든 것을 발견하지 못해 재차 인쇄에 들어가야 했고, 결국 영화사가 원하는 기일에 보도자료를 내주지 못해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주류 회사를 다니다 이쪽 방면에서 일하던 친구의 꼬임으로 발을 들여놓은 그는 앞으로도 어떤 사고가 엄습할지 걱정된다고 엄살 아닌 엄살을 늘어놓는다. 제작현장에 있진 않지만 영화사를 돌며 풍문을 접하다 보니 대강이나마 한편의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는지 알게 된 것이 올해 거둔 나름의 수확. 이제는 편당 책정된 홍보 물량에 따라 제작사나 수입사가 그 영화에 얼마만큼의 관객이 들기를 기대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성탄 전날, 서울극장 앞은 북새통이다. ‘매진 임박’이라 외치는 입회인들의 고성도 어지럽게 날린다. 매표구 앞에서 관객의 옷소매를 붙잡는 동료들에 비하면 캐스팅 라인의 김호용(33)씨는 느긋한 편. 자신이 입회를 맡은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의 표가 동나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생소하지만 입회는 배급사들과 계약을 맺은 이들이 극장의 관객 수 집계가 정확한지 감시하는 일. 그러나 서울극장의 경우, 흥행을 가늠할 수 있는 메인 극장이라 배급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실제로는 입회하는 영화의 길거리 홍보까지 떠맡는 것이 상례다. 몸이 두배로 고달픈 탓에 서울극장은 이들에게 기피 근무지 1순위로 꼽힌다고. 극장에 다니던 동생의 권유로 일을 시작한 지 7년이 됐다는 그는 2년전부터서 종로통 파수꾼이 되면서부터 고충도 늘었다고 말한다. 흥행 저조에 대해 자신들에게 책임을 묻는 배급사들도 종종 있거니와 여전히 자신들을 암표상으로 보는 관객들 때문. 여기에 18세 관람가 영화를 보겠다고 표를 끊었다가 출입을 저지당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욕지거리를 못 들은 척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꾹 참아요. 그래도 손님이고, 우리 하는 일이 서비스인데….” 새해 그의 꿈은 맘씨 좋은 배필을 만나는 것이다. 퇴근시간이 대부분 자정을 넘기는데다, 휴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 입회 일을 하는 이들 상당수가 노총각이란다. “<아이 엠 샘>처럼 감동적인 영화, 저랑 같이 볼 아가씨. 어디 없나요”

여성관객 집중공략

그의 특기는 환불된 좌석표 되팔기. 일단 다정한 연인들을 포착해서 ‘여성’을 집중 공략한다. 예전과 달리 여성들의 선택에 따라 남성들의 발길이 이끌리는 게 요즘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다음날 표를 꼭 구해달라는 장년층 관객의 통사정도 외면하지 않는다. “이 따위 극장이 어딨냐”라는 불만을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에 나선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