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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2001-04-24

낮은목소리여, 함성이 되어 퍼지다.

“전주에는 다큐멘터리가 없다.” 지난해 이맘때 전주를 찾았지만 비슷한 푸념을 던졌던 이들에게 올해 첫선을 보이는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는

배로 반가울 터이다.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형식을 발굴하는 ‘오늘의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 이후 한국의 독립다큐멘터리가

일궈낸 성과들을 확인하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15년’, 대안 미디어에 민중의 목소리를 담아낸 ‘비디오 액티비즘의 최전선’,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의 행복한 조우를 예감케 하는 ‘다큐메이션’ 등 총 4개 섹션에 펼쳐진 44편이 전주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시 련 다 음 은 희 망, 그 대 꺾 이 지 말 라

이중 메인 섹션이라 할 ‘오늘의 다큐멘터리’를 여는 작품은 라 요한슨 감독의 <죽음과 희망의 계절>.

90년대 말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의 대립으로 화염에 휩싸였던 코소보를 다룬 이 작품은 “우리 집을 그들이 어떻게 한 거죠”라는 한 알바니아계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학교가 불타버린지도 모르고 자신의 책가방을 찾는 아이들의 애타는 심정은 남편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여인이 여러 구의 썩은 시체를 앞에 두고서 흘리는 눈물과 다르지 않다.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등진 아들의 초라한 장례식을 치르는 아버지의

침묵도 그렇다. 시치미를 떼고 종적을 감춰버린 전쟁의 보이지 않는 뒷모습에서 그들의 무너진 가슴은 부여잡을 데가 없다. 한없이 깊은 슬픔,

그래도 치유의 힘은 부상하는 것일까. 카메라는 끝없는 절망의 수렁에서도 잠깐씩 내비치는 그곳 사람들의 미소 한 움큼씩을 건져올리느라 분주하다.

포연이 자욱한 폐허에서조차 생의 수프를 떠넘기려는 사람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련 다음은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울려나온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지금, 마에다 겐지의 <백만인의 신세타령>은 일본 감독이 만든 ‘낮은

목소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5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225분간에 걸쳐 강제노역, 성적착취 등 일본이 식민지 민중에게 자행한 만행들을

17인의 증언을 통해 추적한다.

‘고발’과 ‘증언’, 전통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 두 작품을 빼면, ‘오늘의 다큐’ 부문에 포진한 그 밖의 작품들은

색다른 소재와 특이한 시도에 더 관심을 보인다. 올해 슬램댄스영화제 장편부문 대상을 차지한 <하이브리드>는 옥수수

변이종 개발에 일생을 건 한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고서, 그의 집념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만 진력하는 것이 아니라

흑백 대비가 강한 시각적인 영상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옥수수씨를 움켜쥐었다 놓았다 하는 노인의 손을 클로즈업한 오프닝 장면의

의미는 가족과 그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서서히 밝혀진다.

12명의 대만감독들이 모여 꿰어놓은 섬이야기, <부유하는 섬들> 역시 호기심을 자아낸다. 핵 폐기물 처리장으로 변한

우체우 섬, 관광지로 변하면서 오히려 재앙지로 변한 터틀 섬, 미군이 주둔한 마쥬 섬 사람들뿐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인 섬을 떠나는

청년의 이야기 등이 곁들여진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10명의 학생들이 롤링 페이퍼처럼 카메라를 이용해 자신들의 삶을 채록한 <체인

카메라>, 두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캐스팅을 위해 400명이 넘는 고령의 노인들을 인터뷰한 자료인 <캐스팅>,

감옥에 갇힌 여섯명의 여죄수가 털어놓는 고충을 묶어놓은 <여성감옥> 등도 시선을 끈다. 한국 작품으로는 <투

타이어드 투 다이>로 데뷔한 진원석 감독의 가 유일하다. 한국인 이민 3세들이 만든 한 회사의

흥망성쇠를 기록하고 있다.

▣ 행 동 하 는 그 대 가 아 름 답 다

‘오늘의 다큐멘터리’에 비해 ‘비디오 액티비즘의 최전선’이나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15년’ 등의 섹션에서 상영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국내

독립, 단편영화제나 인권영화제 등에서 상영된 작품들이 많다. ‘비디오 액티비즘의 최전선’의 경우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의 독설을 들을 수 있는 <록, 종이, 미사일>, WTO 세계체제를 반대하는 <프라하 봉기>를

비롯해 <뉴스 파괴> <언더커런츠4> 등이 거대 미디어에 맞선 비디오 액티비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작품들이거나

<산에서 부는 폭풍>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세계는 지금, 우리는 지금> 등 WTO 세계체제에

반대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15년’에서는 이은, 이용배 감독이 <파업전야>에 돌입하기 전 만든 부터 유가협 회원들의 150일 농성 과정을 그린 이경순, 최하동하의 <민들레>, 현대자동차 파업

과정을 다룬 이근호 감독의 <열대야> 등 90년대 끝자락을 장식했던 한국 독립영화 히트작까지 만날 수 있다.

이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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