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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여전사, 동창회에 가다
2001-07-12

<툼레이더>의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의 근황

<툼레이더>의 고향 영국에서는 영화의 개봉시기에 맞추어 TV를 통해 방영된 관련 다큐멘터리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7월8일 <채널5>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언제나 총을 장전하고 다니는 치명적인 여걸인 <툼레이더>의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를 다룬 것으로, 그녀를 전세계적인 문화현상의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TV 프로그램이었다. 방영 전에는 세계적인 사이버 캐릭터를 흥미위주로 다룬 뻔한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라라 크로프트의 팬들 사이에 퍼졌었지만, 다행히 라라의 탄생에서부터 그녀가 주류 대중문화의 기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면밀히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 다큐멘터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아케이드형 게임의 인기가 점차 시들어지고 있는 탓에 한동안 주춤했던 라라 크로프트의 인기가 영화 개봉으로 인해 다시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록 사이버 캐릭터인 라라에게는 안젤리나 졸리라는 배우의 육체를 통해 스크린에 등장함으로써 치명적인 결과를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봐서는 그런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오히려 영화가 개봉되지 않았다면, 조용히 사라질 운명이 아니었는가 하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일 정도이다. 그렇다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라라 크로프트는 최근 어떤 행적을 보이고 있을까?

우선 그녀의 최근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신의 모교를 위한 광고에 출연한 일이다. 게임의 제작사인 EIDOS는 <툼레이더>를 공개하면서 라라 크로프트가 왕립 고돈스톤 스쿨 출신이라고 소개했었다. 앤 공주가 학장으로 6년간 재직했고, 찰스 왕세자가 다니기도 했을 정도로 고돈스톤 스쿨이 영국 왕실과 귀족 가문 자제들 사이에서 최고의 학교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EIDOS가 잘 이용했던 것. 그 학교에서 모험과 탐험을 배웠다는 설정이 라라 크로프트가 쭉쭉 빵빵의 여걸임은 물론이거니와 지적이고 진취적이기까지 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EIDOS가 학교쪽에 그런 마케팅 전략을 상의했을 리는 만무한 일. 그때 진 신세를 갚고자 EIDOS는 라라의 학교 이미지 광고 출연을 흔쾌히 승낙했고, 무료로 학교가 원하는 라라의 연기를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중요한 것은 라라의 이미지를 쓰려는 일반 기업들의 경우 100만파운드(약 20억원??) 가까이를 로열티로 지불하기도 한다는 사실. EIDOS가 그 학교의 이름을 얼마나 가치있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하튼 영화 <툼레이더>에 앞서 상영될 그 3분짜리 광고는 모험을 즐기는 라라의 모습이, 고돈스톤 스쿨 출신으로 실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모험과 탐험을 하고 있는 두 여성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이 세명의 놀라운 여성들이 모두 뛰어난 한 학교 출신’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끝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광고를 위해 EIDOS가 특별히 라라의 학교 시절 이미지들을 제작했다는 사실. 이미 인터넷에서는 화제가 된 이미지들을 보면 지금과는 달리 어려보이는 라라의 모습에 약간 미소를 짓게 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라라의 최근 행적은 그녀가 드디어 테마파크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직접 느끼는’ 엔터테인먼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요즘, <툼레이더>만큼 테마파크의 라이드용으로 적합한 아이템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충분히 예측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라라가 등장하는 라이드를 선보일 테마파크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근처에 있는 파라마운트사의 <킹 아일랜드>. 2002년 여름 개장을 목표로 한 <툼레이더> 라이드는 고대의 신전에 들어온 관람객들이 라라와 함께 탐험을 하게 된다는 줄거리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캄보디아와 아이슬란드에서 찍은 화면들과 각종 시청각 장치들이 새롭게 개발될 것이라는 소식은 벌써부터 라라의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 밖에도 최근 들어 패션모델들을 대상으로 라라 크로프트의 닮은꼴을 찾는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전라의 라라 크로프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누드 레이더>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등 여기저기서 라라를 모셔가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 3D로 제작된 영화 <파이널 판타지> 개봉은 라라의 이런 인기를 지속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연기를 완벽히 모사한 <파이널 판타지>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면, 굳이 뻥가슴의 안젤리나 졸리를 쓸 필요없이 진짜 라라를 주연으로 속편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속편 제작에 대해 안젤리나 졸리와 감독 사이먼 웨스트가 이미 합의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불안하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 <툼레이더> 공식 홈페이지

http://www.tombraidermovie.com/

게임 <툼레이더> 공식 홈페이지

http://www.tombraider.com/

크로프트 타임즈

http://www.cubeit.com/ctimes/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