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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캐릭터 열전
2001-07-13

라라 크로프트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글로리아>의 글로리아(지나 롤랜드)

리플리와 사라와 라라의 어머니격인 전사. 전 마피아 보스의 정부. 우연히 친구네 집에 갔다가 친구가족이 마피아에 몰살당하는 바람에 6살난 친구의 아들을 떠맡는다. 강인하고 굵은 실루엣과 이마를 고스란히 드러낸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하고 갱단 앞에서도 전혀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는 글자 그대로의 여장부다. 갱단을 향해 총을 겨누고는 “와 보시지. 얼마든지 와 봐”라고 여유만만하게 말한다든지 소년을 위해 예전 연인이었던 마피아 보스를 단신으로 찾아가 담판을 짓고, “날 죽이려드는 사람은 다 죽여버릴거야”라고 전의를 불태우는 등 용기와 모성과 연륜을 겸비한 여전사다. 처음에는 아이들 앞에서 “난 애들을 싫어해”라고 내뱉는 등 ‘모성’결핍증세가 심했으나 소년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모성을 느끼게 된다. 6살짜리 꼬마인 주제에 매사에 고분고분하기는커녕 “난 남자예요. 뭐든지 할 수 있어요”라고 툴툴거리는 고집불통 소년과 티격태격하면서 튼실한 교감의 고리를 맺어간다. 할리우드가 샤론 스톤을 내세워 똑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지만, 지나 롤랜드의 카리스마를 넘어서기엔 역부족.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어느날 갑자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 평온한 나날이 깨져버린 여성이 보여주는 자기보호 본능에서 출발한다. <터미네이터>에 등장했을 때, 사라 코너는 단순히 그 생존본능에 충실한 ‘여성’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처절한 자기방어를 했을 뿐이다. 그래서 혼란감과 초조감을 숨기지 않고, 일관되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인다. 도망자의 입장이 되어 한번도 터미네이터를 공격하지 못하고, 총은 손에 잡아보되, 한번 쏘지 못한다. 그러다가 <터미네이터2>에서 전사로 거듭난다. 존재 이유는 아들을 지켜내는 것이고 ‘모성’은 당위가 된다. 물론 아놀드 슈워제네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1편에 이어 여전히 ‘도망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몸을 던지는 격렬한 액션보다는 여전사의 ‘이미지’로 승부한다. 다른 여전사들과 달리 일행 중 가장 먼저 다리에 부상을 입고 아들의 부축을 받는 등 전사의 이미지에 약간 먹칠(?)을 하지만 모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T-1000과의 최후의 대결장면에서 철컥 철컥 소리와 함께 한손으로 총을 쏘아대는 모습은 매혹적이다.

<에이리언>의 리플리(시고니 위버)

<에이리언> 시리즈가 낳은 최고의 우주 여전사. 4편에 이르는 시리즈에서 각각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에이리언>에서는 신중하고 사려깊고 책임감 강한, 그러나 전사라기보다는 죽음의 공포에 맞서 싸우는 평범한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에이리언2>에서는 모성을 겸비한 여전사의 상을 보여준다. 한손엔 아이를 안고 다른 한손엔 화염방사기를 들고 에일리언의 알들을 화형시키는 슈퍼우먼형 전사. 투철한 모성본능의 철갑을 두르고 거침없이 중장비를 조정하는 힘과 퀸 에일리언과 대적하는 순간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는 냉철함도 갖췄다. <에이리언3>에서는 자신이 에일리언을 임신한 것을 알고는 거대한 재앙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용광로에 몸을 던지는 순교자, 즉 수난에 빠진 성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에이리언4>에서는 전사의 이미지보다는 인간과 에일리언의 경계에서 정체성의 문제로 고뇌하는 모습을 더 부각시킨다.

<롱키스 굿나잇>의 사만다(지나 데이비스)

<롱키스 굿나잇>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여전사 사만다는 여자 람보 같은 장쾌한 액션을 유감없이 펼쳐보인다. 평범한 아줌마로 살아가다 난데없이 집안에 쳐들어온 침입자를 자기도 모르게 때려눕힌 뒤 손가락에 묻은 크림을 핥아먹는 모습은 오싹할 정도로 동물적이고 원초적이며, 팔로 침입자를 내려치는 장면에선 소머즈가 초인적인 능력을 나타낼 때 들려오던 ‘두두두두…’ 하는 음향효과가 연상될 정도다. 고층빌딩에서 얼음판으로 뛰어내리면서 한손으로 기관총을 쏘아 얼음을 깨뜨린다든지, 고문을 당하다 물 속에서 총을 구해 물 밖으로 나오면서 쏘아대는 모습, 잃었던 기억을 되찾고 사만다에서 찰리로 변신하는 장면 등은 한결같이 강인하고 원초적인 생명력을 보여준다. 거대한 유조차를 운전하고, 쇠사슬을 휘두르며 육탄전을 벌이는 모습은 긴치마 입고 가죽부츠 신은 ‘람보’다. 그러나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심각한 모성은 여전하다.

<니키타>의 니키타(안 파릴로)

액션에도 프랑스풍이 있다? 마약에 취해 경찰을 살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가 인간병기로 길러지는 니키타는 베티 블루 같은 광기를 내뿜는 킬러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을 품은 눈동자와 짧게 커트한 머리카락. 함부로 껌을 씹어대며, 자신을 괴롭히던 경찰의 손을 연필로 찔러버린다든지, 방어태세를 갖춘 교관이 쳐보라는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뺨을 때림으로써 허를 찌르는 등 천부적으로 동물적인 감각을 갖춘 킬러. 몸을 날리는 액션은 그리 많지 않지만, 금속제 무기보다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표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모습이 고혹적인 여전사. 니키타의 모습에 반한 할리우드에서 <니나>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다.

<미녀 삼총사>의 삼총사(드루 배리모어, 카메론 디아즈, 루시 리우)

행여 기싸움에 질세라 상대를 노려보며 정색을 하던 선조들에 비해 싸우면서 웃을 줄 아는 유쾌한 여전사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전투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라 싸우며 살아가기를 스스로 선택한 그들은 미모와 지성에 힘까지 겸비하고 정의와 유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멋진 인생을 살아간다. ‘내가 왜 이렇게 살지?’ 등의 존재에 대한 고뇌나 회의 따위의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로맨스는 예스, 결혼은 노! 일과 사랑을 병행하는 것은 좋지만 삼총사의 사전에 ‘모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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