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빅 애니멀 Big Animal
2001-07-13

2000년·폴란드·감독 예르지 스투·75분

출연 예르지 스투, 안나 딤나

저녁 식탁을 나누던 부부의 숟가락 소리가 한순간 멈춘다. “여보, 저 문간에 서 있는 게 뭐죠?” 사비츠키 부부의 모범적이지만 쓸쓸한 삶은 서커스단에서 뒤처진 낙타 한 마리를 입양하던 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한다. 낙타를 먹이고 산책하고 옷과 집을 지어주면서, 잔잔한 희열을 간직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 부부. 그러나 셋의 동거는 공동체의 침해로 벼랑에 몰린다. 일부는 관료주의적 발상으로, 몇몇은 돈벌이 욕심으로, 또다른 사람은 아프리카 병균을 운운하며 낙타를 “쓸모없는 가축”이라고 몰아붙인다. 애정어린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낙타는 종적을 감추고, 가슴조이던 사비츠키 부부는 어느 겨울 아침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기차에 오른다. 친구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젊은 시절 썼던 각본을 배우 겸 감독 예르지 스투가 연출한 <빅 애니멀>은 사랑으로 말미암은 소외, 인간의 유서깊은 질병인 불관용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흑백의 동화. 천상에서 온 듯한 낙타의 신비로움을 살린 연출과 고여 있는 마을의 공기를 포착한 촬영과 담담한 리듬에 밴 절제미가 여운을 남긴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