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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 고추장 사갈래요.
2001-07-14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 얘기는 무수히 들었다. 그러나 <이누가미>의 주인공들은 올무에 걸린 짐승마냥 고스란히 운명이 놓은 덫으로 빠져들 뿐이다. 들개 신에게 영혼을 저당 잡힌 여인의 모습으로 한국 관객에게 첫 인사를 올린 아마미 유키(33)씨는 ‘일본의 이영애’다. 여성국극을 통해 얼굴을 알린 뒤, 지금은 드라마, CF, 잡지, 영화 분야에의 손꼽히는 유명인사다. 한국 음식의 광 팬이기도 한 그녀는, 7년 전 친구들과 돈을 모아 한국에 배낭여행을 왔다가 없는 경비마저 쪼개 한국산 김과 김치를 잔뜩 사들고 갔다고 한다. 세이지를 연기한 하라다 유진(24)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비빔밥을 먹으러 4시간 거리의 뱃길을 서슴없이 건널 정도. 지난 번 사 간 고추장이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며, 15일 출국 길에 몇 통 챙겨야겠다는 이 귀여운 젊은이는 이름을 통해 짐작했겠지만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아들이다. 배우가 되겠다는 아들에게 마사토 감독은 대신 자신의 밑에서 일을 배워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단다. 이미 아기 때부터 종종 아버지의 작품에 얼굴을 들이밀기도 한 그지만 정식으로 아버지의 카메라 앞에서 연기 시험을 본 것은 <쥬바쿠> <바운스> 그리고 <이누가미>에서다. 이제 조금씩 개성 있는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한 아들에게 아버지도 굳이 감독의 길을 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단다. 유진 역시 아직은 배우가 좋으며, 감독으로 데뷔하려면 50년은 걸릴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12일에 있었던 개막식 파티에서 스시(회의 일본식 이름)와 김치가 한 테이블에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고 괜히 감격스러워 지더라는 두 배우, 역사 교과서 문제로 불편한 한·일 관계가 하루 빨리 정상을 되찾아 더 많은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더불어 언젠가 한국영화에도 꼭 한 번 불러줄 것을 부탁하며 짧은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심지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