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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그들, 거칠 것이 없어라
2001-07-14

올해 심사위원으로 부천을 찾은 로이드 카우프먼은 트로마 엔터테인먼트의 공동설립자이자 현 대표이다. 이번 영화제의 제한구역 부문에선 그가 연출한 영화 2편, <시민 톡시: 톡식 어벤저 4>와 <엽기영화공장>을 상영할 예정. ‘저예산 악취미 엽기 코미디’로 악명(?)높은 트로마 영화는 부천이 아니면 온전한 형태로 보기힘든 작품들이다. -편집자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화끈한 섹스영화로 각색하면? 줄리엣은 레즈비언이고 로미오는 자위에 심취한 사내라면? 콘돔이 남성 성기를 잡아먹는 괴물로 변하면? 방 안에 널부러진 남성 성기를 단서로 콘돔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형사가 얼마나 고생할지 상상이 가는가?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된 두 편의 영화 <트로미오와 줄리엣>과 <킬러 콘돔>은 트로마 영화의 실체를 ‘살며시’ 보여준다. ‘살며시’이라고 하는 이유는 두 영화가 트로마 영화 중에 약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내장을 꺼내고 머리가 터지고 똥으로 범벅을 하는, 끔찍하고 혐오스럽고 더러운 장면들이 트로마 영화에선 빈번히 등장한다. 한눈에 싸구려 티가 철철 넘치는 특수분장과 진지한 구석을 찾을 수 없는 연기도 흠이 아니다. 허술하고 어색하기에 트로마 영화는 일단 맛을 들인 관객에겐 유쾌한 경험이다. 양동이로 퍼담을 만한 피가 흘러도 가짜 티가 너무 나서 무섭거나 끔찍한 게 아니라 귀엽게 느껴지고, 섹스장면도 ‘오버’하는 신음소리 때문에 몰입하기보다 낄낄거리게 만든다.

트로마 영화의 엽기유머는 1984년 <톡식 어벤저>가 성공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톡식 어벤저>는 헬스클럽에서 청소일을 하던 멜빈이라는 청년이 유독성 폐기물 탱크에 빠진 뒤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영웅 톡식 어벤저로 변신, 환경을 위협하는 악의 무리에 맞서 대걸레 하나 들고 싸우는 이야기다. 수퍼맨이나 배트맨과 달리 한 눈에 혐오스런 톡식 어벤저의 외모는 트로마의 생존 전략인 비주류 노선을 상징한다. 이런 트로마 영화의 모든 것은 거의 전적으로 감독이자 제작자인 로이드 카우프먼이 창조한 것이다. 60년대 예일대 재학시절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존 포드 영화에 심취해 영화연출을 결심한 그는 1974년 대학 후배 마이클 허츠와 함께 영화사 ‘트로마 유니버스’를 만들었다. 초창기엔 몇몇 섹스 코미디를 만들고 할리우드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그는 80년대 <톡식 어벤저>의 성공을 계기로 할리우드 스타일과 결별한다. 카우프먼은 “할리우드가 절대 만들 수 없는 종류의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컬트팬을 거느리게 됐다(쿠엔틴 타란티노, 케빈 스미스, 피터 잭슨 등이 감독이 되기 전 트로마 영화의 팬이었다. 믿거나말거나). 그의 활동 영역은 영화연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에 다리오 아르젠토의 <스탕달 신드롬>을 배급하기도 했으며 비디오, DVD, 방송, 만화, 등 연관사업을 벌여나갔다. 특히 2000년부터는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에서 트로마댄스라는 작은 영화제를 개최해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일도 하고있다. 트로마의 홈페이지(www.troma. com/ www.tromavi lle.com)는 카우프먼의 활동을 보여주는 전초기지다. 주의사항, 트로마 영화는 독하다. 호러, 에로, 엽기, 황당유머에 관심있는 분만 도전하시라.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