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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면 어떨까?
2001-07-14

“이 영화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점은 뭡니까!” 너무 우렁차서 무섭기까지(?) 했던 첫 질문에 젊은 감독은 잠시 당황한 듯했다. 염험한 신의 공간을 ‘유치찬란’한 색깔의 미술작업실로 격하시키고, 인간창조의 신성한 순간에 커피배달 하러온 천사 ‘미스 천’과 질퍽한 정사를 벌이는 못말리는 신을 영화 속 공간으로 끌어온 감독은 “너무 단도직입적인 질문이라 놀랐네요. 그저 저는 인간과 신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는가를 가볍고 편하게 표현하고자 했을 뿐입니다”며 첫 대답을 열었다.

지하창작 집단 ‘파적’에 적을 둔 이진우(30)는 16mm 카메라로 찍은 첫 작품 <돼지꿈> 이후 인디포럼 사전제작지원을 받아 제작한 의 탄생을 “99년 부산영화제 술자리였다”고 추억했다. 성경의 선악과 대신 얼굴에 튄 정액의 맛을 본 아담과 이브가 섹스에 눈을 뜬다는 설정과 이후 ‘GOD’라는 글자를 ‘DOG’로 재배열한 그래픽에 감독의 종교를 궁금해 한 관객에게는 “종교는 없고 그저 하늘나라에 인간을 만드는 기계적인 작업실이 있고 정액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면 어떨까?”하는 다소 황당한 착상에서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에는 잦은 노출과 섹스씬이 등장하는것을 두고 “배우들이 꺼려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감독은 “처음 배우들과 미팅을 할때 영화의 노출에 대해 동의를 얻었다. 촬영 초반엔 조금 걱정되는 면이 없지 않았지만 나중엔 벗었는지 안벗었는지 모를 정도로 감각이 무뎌졌다”며 걱정을 달래주었다. “배경이 에덴동산을 연상시켜 성경 속 신을 생각하는데 내 영화 속의 신은 제우스같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을 모델로 했다. 유혹에 약하고 절대적으로 선하지도 않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단지 신에 대한 다양한 생각으로 편하게 봐달라”는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날 첫 관객와의 만남의 자리에는 감독외에도 제작자, 아담으로 출연한 배우 조혜준이 참석했다. 그러나 신(GOD)을 연기한 배우가 지난해 1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즐겁고 가벼웠던 극장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백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