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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머니에 그 딸, 그 아들
2001-07-15

영화를 사랑하는 엄마와 책과 음악에 빠져있는 아빠를 부모로 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작년에 이어 다시 자봉단 유니폼을 받아 든 이혜재(20, 부산대 사진 오른쪽)씨는 1년 전, 그러니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어하던 무렵, 벌써 3년째 영화제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온 어머니로부터 자원봉사자 권유를 받았다. 처음엔 싫었다. 내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마당에 남을 위한 봉사라니. 그러나 영화제가 끝나고 그녀는 꿈을 바꿨다. 아니 드디어 자신의 꿈을 찾았다. 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문화이벤트의 기획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 길을 안내한 것은 엄마 최금연(47, 2회부터 참여)씨였지만, 꿈에 다가가도록 용기를 준 건 영화제 친구들이었다. 올해엔 남동생 이규헌(19, 고려대)도 불러 들였다. 200명을 떨궈야 했던 호된 모집과정에서 한번 떨어졌다가 다시 붙은 동생, 툴툴거리던 녀석은 이제 누나보다 더 적극적이다.

원래 세 모자(母子)가 다 같이 모여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기로 했는데, 규헌씨가 속한 시청 상영관팀이 전야제 준비로 바쁜 통에 두 사람만 얼굴을 내밀게 됐다고. 내년엔 규헌씨가 군대를 가고 혜재씨도 나름대로 꿈을 향한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탓에 다시 엄마 혼자 영화제를 지켜야 할 판이다. 아직은 영화제가 부천시민의 소중한 문화재라는 인식이 덜 된 까닭에, 외부인들의 축제로 전락해버린 모습이 안타깝기만 한 두 모녀는, IMF보다 더 무서운 시련은 사람의 무관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지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