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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俠女
2001-07-15

<협녀> 俠女

1971년·대만·감독 호금전 출연 쉬 펑·190분

호금전의 무협이 동작의 예술이면서 동시에 공간의 예술임을 보여주는 그의 대표작. 칸영화제 기술공헌상을 수상하면서 호금전의 이름을 비로소 서방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객잔의 좁은 공간을 벗어난 검객들이 들판과 숲으로 달려나갈 때, 갈대는 가냘프게 흔들리고 프레임의 여백엔 안개와 연기가 유유히 흐른다. 간신의 모함으로 죽은 충신의 딸이 황궁의 비밀요원에 의해 쫓긴다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중국 산수화의 선적 정취와 처절한 검투의 동선이 기적적인 조화를 이룬 작품. 소림사의 승려들이 체포조 검객들 앞에 나서는 종결부 장면의 믿기 힘들 만큼 유려한 공간 연출은 호금전 스타일의 백미다. 몇몇 액션장면 중심으로 잘라내 국내 출시된 90분짜리 비디오로는 호금전의 미학적 성취를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리안의 <와호장룡>으로 뒤늦게 세계에 전해진 와이어 액션의 마술적인 매혹도 이 영화에서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 <와호장룡>이 기꺼이 경배를 바친 대나무숲 결투장면은 25일 동안 촬영했다고 한다.

허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