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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의 씨네콜라주] 가제트 임파서블

“조심해야 합니다. 정말요.” 브렌다 박사는 가제트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두달 전까지 가제트는 빌딩 경비원으로 지내며 멍청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렌다 박사의 연구소에 강도들이 침입했고, 기회를 놓칠세라 용감하게 돌진한 가제트는 전치 99개월의 중상을 입었다. 이에 브렌다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로보틱 테크놀로지를 총동원해 그의 몸을 완전 개조해냈다. 그러나, 박사는 가제트가 엉뚱한 일에 그 능력을 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몸은 당신 마음으로 움직이는 거예요. 명심하세요.”

집으로 돌아온 가제트는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때 침실쪽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급히 구두를 벗으려던 가제트는 문득 생각이 났다. “맞아. 고고 가제트, 스프링팔!” 그러자 팔이 주욱 늘어나 단번에 전화 수화기를 귀로 가져왔다. “하하, 꽤 쓸 만한걸!… 여보세요?” 저쪽에서 들려온 것은 기계적인 여자의 목소리였다. “안녕하십니까? 가, 제, 트, 씨. 귀하가 저희 매드 비디오에서 빌려간 테이프를 속히 반납해주시기 바랍니다. 연체료는 오, 십, 오, 만, 원입니다.”

덜덜덜, 이빨이 떨렸다. “그래, <미션 임파서블> 비디오!” 가제트가 사고 전날 비디오를 빌린 ‘매드 비디오’는 악명 높은 가게로, 비디오 연체에 있어서는 변명의 여지를 주지 않는 곳이었다. 사흘에 한번 복리로 연체료를 높이고, 장기 미납자에게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하루 스무번씩 독촉 전화를 걸고, 이사를 가버린 경우에도 철저하게 뒤를 쫓아 대금을 추징하고, 전국 대여점연합에 블랙리스트를 보내 영원히 비디오를 빌려볼 수 없도록 하는 등 악랄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이제 직장도 잃어서, 방세 낼 돈도 없는데.”

가제트는 급히 손바닥에 장착된 컴퓨터로 조카 페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곧이어 채팅창에 페니가 나타났다.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페니는 ‘한숨 푸욱’ 메시지를 보내왔다. “최악의 경우야. 매드 비디오의 시스템은 최강이라고.” 가제트의 기계 손가락에 땀이 맺혔다. “그런데 이건 어때? 몰래 가게에 들어가 비디오를 꽂아두는 거야. 그리고 그쪽에서 정리가 잘못된 거라고 하면 되잖아.” 페니는 ‘모가지 댕강’ 메시지를 보내왔다. “불가능하다고 봐. 가게는 24시간 영업이고, 출입구엔 전자 감식기가 있어서 체크하지 않은 테이프가 지나가면 비상벨이 울리지.… 아니야, 가능할지도 몰라. 삼촌의 능력이라면.”

새벽 네시. 마지막 손님이 나간다. 가제트는 용수철팔을 천장에 뚫린 환기구를 통해 집어넣는다. 그리고 손바닥의 눈알을 열어 벽에 설치된 CCTV에 가짜 영상 테이프를 붙인다. 이제 액션 비디오 코너를 찾는다. 다행히 직원의 시선이 닿지 않는 가게 뒤쪽이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비디오를 내려보낸다. 그리고 케이스를 꺼내려는 순간, 아차, 달그락 소리. 직원이 다가온다. 시간이 없다. 연습을 거듭한 숙달된 솜씨로 케이스를 열고, 테이프를 넣고, 손을 비디오장 위에 숨긴다. 다행히 직원은 그곳을 지나쳐 비디오 가게 뒤쪽으로 걸어간다. 이때 떠오르는 완전 범죄의 아이디어. 맞아, 컴퓨터의 대여기록 자체를 삭제하자. 가제트는 눈알이 달린 손을 컴퓨터쪽으로 뻗는다. 직원이 뒤쪽 코너를 돌아 앞으로 걸어나온다. 시간이 없다. 액션 코너, 호러 코너를 지나자, 직원이 뭔가 눈치챈 듯 앞으로 뛰어간다. 빨리빨리, 코미디 코너, 홍콩영화 코너, 마지막 에로 코너를 지나쳐 번개처럼 컴퓨터의 기록을 삭제! 가제트의 손은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왔다.

다음날 비디오 가게 점원은 기절한 채로 발견되더니 헛소리를 지껄였다. “처음에는 건너편에 비디오들 사이로 권총 같은 게 보이더라구요. 그러고는 피묻은 칼로 바뀌었어요. 강도다 싶었죠, 냅다 달렸어요. 그놈도 뛰더군요. 범인은 커다란 입으로 킬킬거리더니, 그 다음에는 주먹을 내질렀어요. 나는 카운터를 향해 뛰었죠. 그런데 맙소사. 생각해보세요. 커다란 거시기가 컴퓨터를 마구 두드리는 거예요. 나는 기절하고 말았죠.”

등장인물

가제트 형사: 전직 경비원. 사고 뒤 기계로 온몸을 교체, 최고의 로보캅이 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숨겨진 범죄가 있었으니….

브렌다 박사: 가제트가 사랑하는 미모의 과학자. 두뇌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생체 로보틱 시스템을 만들어 가제트에게 장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