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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100번째 영화 ‘천년학’ 날개 접나

스타큽 캐스팅 실패로 투자유치 난항 제작사 태흥도 손놔 충무로 힘보태야

임권택 감독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촬영 시작 직전에 제작자가 손을 떼면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 사태는 ‘스타 배우들의 출연 거부→투자유치 실패→영화 제작 지연’이라는 관행적 악순환 구조가 임권택이라는 국가 대표급 감독의 영화에까지 적용되는 충무로의 야박함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영화인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부터 2004년 <하류인생>까지 임권택 감독의 영화 11편을 제작해 임 감독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감독-제작자 파트너’로 꼽혀 온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지난 3일 임 감독 이하 <천년학>의 스태프들에게 이 영화의 제작에서 손을 떼겠다고 최후 통보를 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천년학>은 5일을 전후해 첫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이 사장의 통보로 일정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 사장은 “신인 배우들을 데리고 찍으려니까 투자가 들어오질 않는다”면서 “돈이 안 들어오니 나는 힘이 없어서 (제작을) 못 하겠더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어 “다른 제작자가 맡아서 영화를 끌고가지 않겠느냐”면서 “캐릭터에 맞게 배우들을 근사하게 뽑아놓았으니까 영화는 아주 잘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감독은 “태흥영화사 나름의 사정이 있다”면서 “다른 데서 찍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어떤 작품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든 내년 봄에는 반드시 촬영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을 이었다.

임 감독의 100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국내외의 주목을 받아온 <천년학>은 <서편제>의 속편 격으로 <서편제> 원작자인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가 원작이다. 당초 태흥영화사 제작, 시네마서비스의 투자로 찍을 예정이었으나 강우석 감독이 시네마서비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시네마서비스는 <천년학>에서 발을 뺐다. 그러자 이 사장은 롯데시네마와 투자·배급 계약을 맺고 스타급 배우들과 캐스팅 교섭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롯데시네마는 전액투자에서 부분투자로 계약을 바꿨고 다른 투자자들도 나서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비 정도만 가지고 촬영 직전까지 갔다가 이 사장이 손을 떼기에 이른 것이다. 이 사장은 “이전 같으면 나중에 돈이 들어올 걸 바라고 일단 시작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서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한국영화 투자담당 박재수 과장은 “메인 투자자는 제작사 쪽에서 찾기로 했는데 거기엔 복잡한 사정이 있다”면서 “태흥영화사가 제작하니까 참여하는 건데 태흥이 발을 빼면 다음 상황은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해 <천년학>과의 계약을 유지할지가 불분명한 입장임을 내비쳤다.

영화평론가 김소영씨(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한국이 영화강국이라고 주장하면서 스타급 배우든 투자자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을, 그것도 뜻깊은 100번째 작품을 이런 식으로 푸대접하는 건 정말 답답한 일”이라며 “충무로의 메이저급 제작·투자자들은 이번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천년학>이 영화화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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