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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다> 촬영현장에서 만난 배우 명계남
이영진 2005-12-09

“이게 배우로서는 마지막 인터뷰 아닐까?”

명계남(53)은 몇달 전부터 언론과의 접촉을 꺼려왔다. 언론과 거리를 두는 동안 그에 대한 별별 소문이 다 돌았다. 소문에 그쳤으면 모를 일. 그러나 그가 입을 닫고 있는 동안 ‘기막힌 보도’들이 쏟아졌다. 조금씩 버전이 다르지만, 여기저기 소개된 황당 픽션 ‘명계남이 몽골로 간 까닭은’을 요약하면 이렇다. “열린우리당의 ‘뜨거운 감자’ 명계남이 갑자기 장선우 감독의 <천개의 고원> 제작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제2의 이창동이 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배우 경력 말고 내세울 것이 있느냐’는 당 안팎의 비아냥을 잠재우기 위해 그는 지금 대작영화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추측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문화관광부 장관직을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는 소문까지 곁들여졌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침묵 말고 그가 택할 수 있는 방책이 있었을까. 올해 초 국민참여연대를 만들면서부터 “본격적인 정계 진출 아니냐”는 정치권 안팎의 적지 않은 견제와 오해의 시선을 견뎌야 했던 명계남을 <손님은 왕이다> 촬영현장에서 만났다. “물어볼 게 뭐가 있어. 오늘은 <씨네21>을 내가 인터뷰하면 안 될까?” 인사 대신 던진 그의 농담은 그동안의 속앓이를 내비치기 싫다는 완곡어법처럼 들렸다. 하지만, 극 중 김양길 역할을 위해 두손에 새긴 사랑과 증오라는 문신을 비비자, 그의 입에선 여의도와 충무로를 오가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속엣말들이 주술처럼 풀려져 나왔다. 말은 평소보다 느렸고 또 낮았지만, 의중만은 뚜렷하고 더 분명해 보였다.

-인터뷰 요청이 꽤 많았는데 거절해왔다고 들었다.

=언론 입장에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고 하지 않나. 내 뜻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 같고. 한때는 그거 바꿔보려고 인터뷰 하면서 의도적으로 힘을 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안 되더라. 그래서 포기했다.

-언론을 통해서 굳어진 선입견이라고 하면 어떤 것인가.

=굉장히 과격하다, 외골수다, 뭐, 그런 거지. 억울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렇게 보여진 데는 내 책임도 있으니까. 다만 조각이나 편린들을 사람들이 전부라고 믿는 게 싫다. 대중에게 언론은 일종의 세상을 향한 창인데 우리 경우는 창틀이 비뚤어져 있을 수도 있고, 창문에 성에가 낄 수도 있고, 또 금이 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걸 못 보는 거지.

-그동안 참여해왔던 총선연대, 노사모 활동 등은 과거 연예인들이 선거 집회장에서 얼굴마담으로 등장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정치참여였다. 올해 국민참여연대도 그러하고.

=옳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고, 그래서 떳떳하다고 자부한다(정치에 잠깐 발을 담근 연예인들과는 달라서). 반면, 정치 지향적이라는 말도 듣는 것 같다. 무슨 이득을 얻기 위해서 한 일이 아닌데. 이 때문에 배우 일도 장애를 받다 보니 섭섭하고 안타깝다.

-정치에 참여하면서 실제로 출연 제의가 줄어들었나.

=‘나 좀 써줘. 먹고살게’ 그러면 다들 ‘형은 바쁘시잖아요’ 한다. 엔터테이너로서의 기능을 일정 부분 상실했다. 나 같은 경우는 TV에서 유용하게 쓰여졌는데, 그마저도 용도 폐기된 것 같다. 내가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까불어도 이제는 전달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외국하고 비교해보면 내가 특별한 행위를 한 건 아닌데. 뛰어든 상황이 한국 정치 혹은 사회사에서 워낙 특별한 경우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정치적인 발언이나 행위를 하면, 혐오스럽고 추잡한 일로 생각되거나 권력과 가까워져서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보수 언론은 여전히 정치판에서 한 자리를 넘보는 것 아니냐는 추측들을 내놓는다.

=정말이지 그런 시선들을 대할 때면 죽고 싶거나 죽이고 싶다. 못할 일은 애당초 안 하는 게 내 스타일이다. 올해 당 의장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이창동 감독이 문광부 장관 했던 것처럼 난 못한다. 시켜줘도 못한다. 사람들은 그동안 내가 직업정치 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니었다면, 그런 시각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했던 것 아닌가.

=즉발적인 분노 뒤에 내가 벗을 수 없는 멍에를 썼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내가 한국에서 사는 동안은 그렇게 사시로 보는 사람들이 존재하겠구나. 한편으론 내가 그들의 의식을 또 어찌할 수 없겠구나. 소설 같은 기사들에 정정 혹은 반론 보도를 요청하더라도, 애초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똑같은 무게로 읽는다는 보장이 있나. 지금은 그냥 신경 안 쓰고 살자는 쪽이다.

-올해에도 노심(盧心)에 영향을 끼칠 만한 주요 인사에 여러 번 꼽혔다. 그런 보도들도 마음이 편치 않겠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 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줄 안다. 대통령과도 의논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언젠가 문성근씨하고 광화문쪽으로 걸어가는데 관광버스에서 막 내린 노인분들이 인사를 하더라. 부산에서 청와대 구경왔다면서. 지난번에 수고했다고 하기에 ‘한 거 별로 없습니다’ 하고 가는데, 인솔자인 듯한 40대 아주머니가 뛰어오더니 뒤에다 대고 한마디 날리더라. ‘이따 (청와대) 들어가서 봐요.’ 이런 말 들을 때는 무섭다.

-그런 말 들으면서도 왜 발을 빼지 않았나. 정치 참여에 대한 소신이 궁금하다.

=대학 시절에는 박정희가 죽을 때까지 대통령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머리 기르고 연극만 하고 산 거다. 그러다 지난 15년 경험하면서, 대중과 정치를 유리시키는 것이 권력자들의 의도라는 걸 알게 됐다. 대중의 정치 혐오가 결국 변화를 더디게 하는구나,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선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개혁에는 갑과 을이 따로 없이 모두 함께 참여해야 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밀린 방학숙제하는 기분으로 나섰던 거다.

-문성근에게는 지식인의 이미지가 있다. 고 문익환 목사를 떠올리면, 그가 정치적인 행보를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이행처럼 보인다. 반면, 명계남은 좀 다르다. 문성근에 비해 상대적으로 힐난에 가까운 비난들이 더 많이 쏟아지는 것도 그래서가 아닌가 싶다.

=삼류배우 명계남이 정치한다고 하면 생뚱맞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보다 더 정치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라도 관심을 갖고 덤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의회든 아파트 부녀회든. 그래야 직업 정치 하는 사람들이 세금 받고 봉사하는 자신들의 직분에 대해서 자각할 게 아닌가.

-행보를 같이해왔지만, 정치적인 사안을 두고 문성근과 다툴 때는 없나.

=왜 없겠나. 그럴 때는 다투기보다 얘기 안 하고 만다. (웃음) 내가 보기에 그가 갖고 있는 치밀함이나 설득력은 좀더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펼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오래전에 몇번 권유한 적이 있는데 싫다고 하더라. 난 자기가 좀 불편해지더라도 남들이 좋아할 일은 해야 한다는 쪽인데 문성근씨는 아닌 거지. 본인이 현재 정치상황에 대해서 낙관하는 게 있어서 그런 듯하다. 들으면 화낼지 모르겠지만, 이 정부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배우로서 일정 기능을 상실했다고 했는데. 명배우로 남고 싶어했던 평소 지론을 생각하면 자괴감이 클 것 같다.

=맞다. 나 이제 배우로선 끝난 거 아닌가. <씨네21>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배우로서 <씨네21>과 하는 마지막 인터뷰가 아닐까 싶다. 누가 나를 배우로 쓰겠나. 더이상 못생겼지만 편한 배우 명계남으로 바라보지 않는데.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마음이야 박용팔 선생처럼 60, 70살까지 배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동안 내가 단골로 했던 단역이나 카메오 역할들을 나보다 더 잘 소화하는 후배들도 많이 나왔고. 이제 어려운 것 같다.

-<손님은 왕이다>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지 않았나.

=유일하고, 또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처음에 이거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해도 관계없는 거야 하고 주위에 물어보고, 자문도 많이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극 중에서 내가 맡고 있는 김양길이라는 인물이 지금 내 심리 상태랑 비슷하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제작자나 감독에게도 덜 미안하고.

-지금까지 주연 제의를 받아본 적이 단 한번도 없나.

=없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찍을 때만 하더라도 연극판에서는 주인공 하면서 ‘명배우, 명계남’으로 불렸다. 그때 박광수 감독한테 왜 한국영화는 40, 50대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안 쓰는지 모르겠다고, 왜 한국에선 폴 뉴먼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불가능하냐고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무뚝뚝한 박광수가 그랬다. “형이 나중에 감독하면 해!” 10년 전보다는 상황이 좋아졌다. <손님은 왕이다> 같은 영화들이 나오는 것 보면. 나로서는 그 기회를 운좋게 잡은 셈이다.

-오기현 감독과는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이제 감독님인데 이런 말 해도 되나. 10년 전에 연극 <콘트라베이스> 할 때 만난 별난 관객이었다. 장장 2시간30분이나 되는 일인극이었는데, 학교 친구들을 바꿔가면서 매일 와서 보더라. 매번 돈 내고 게다가 맨 앞자리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이야기에 빠져들다가 자연스럽게 내 팬이 된 거지. 마지막 공연 끝나고 내가 출연한 영화 속 짧은 장면들을 모은 비디오 테이프를 건네준 것이 기억에 남았었는데. 그러다 3년 전엔가. 미국에서 영화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손님은 왕이다>의 애초 원안 시나리오는 명계남이라는 실제 배우를 모델로 했다던데.

=나를 주인공으로 설정해놓고 실생활의 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넣은 이야기였다. 고맙지만 낯이 뜨거웠다. 미안한 말인데, 그때는 디지털영화로 만들면 모르겠다 싶었다. 그렇게 한번 읽고서 조종국 조우필름 대표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재밌다고 하더라. 2년 동안 조 대표랑 오 감독이 함께 매만진 끝에 시네마서비스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왔다. 영화는 처음 봤던 시나리오의 느낌과는 좀 다르다. 내 이야기는 그저 소재에 불과할 뿐이다.

-아이템만 들었을 때, <초록물고기>에서 지가 똥개인지 셰퍼드인지 모른다며 배태곤을 약올리던 그 표정이 떠올랐다. 김양길이라는 인물 이름이 똑같은지는 나중에 알았다.

=직업이 단역배우인 평범한 남자다. 이렇게 말하면 소 잡아서 불고기 해먹자는 이야기밖에 안 되는데. (웃음) 인간이라는 게 선과 악의 이중적인 면이 있잖나. 때론 선하게, 때론 악하게. 그런데 이번엔 감독이 선악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한꺼번에 붙여서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보도자료에는 소시민인 이발사를 협박하는 인물로 김양길이 소개되는데, 그는 실상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라는 것. 왜 그럴까 하는 게 영화의 포인트다. 김양길뿐만 아니라 성지루가 하는 안창진도 그렇고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사건을 만드는 거지.

-<오로라공주>에 출연하면서 문성근은 오랜만에 연기를 했더니 힘들다고 했다.

=난 이것 저것 조금씩은 했으니까 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주연이 처음이지 않나. 순서대로 찍는 것도 아니고 앞뒤 생각을 해야 하니까. 게다가 또 연극 출신이라서 그렇게 하는데 익숙지도 않고. 촬영 때 좀더 집중을 해야겠더라. 전엔 한두 시퀀스에서 그냥 이거 따먹으면 되겠다 했는데, 지금은 끌고 가야 하니까.

-이전엔 느끼지 못한 쾌감이 있지 않나. 한두 장면에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조금씩 보여주는 데서 오는.

=나중에 붙여놓으면 느껴지겠지. 화면 사이즈 같은 경우도 경험하지 못한 게 많다. 사운드의 기술적인 부분들도 자세하게 묻고. 나중에 후시할 거냐 아니냐, 뭐 그러면서. 전엔 몰랐던 것을 많이 공부하게 된다. 감독 한번 해볼 생각이다. (웃음) 스탭들이 고생하는 것도 더 잘 알게 됐다. 배우들이야 짬짬이 쉬면서 이빨도 까고 그러는데. 스탭들은 그동안에도 다음 장면 준비해야 하니까. 한번은 종일 찍고 저녁 때 탈진한 적이 있는데 스탭들은 매일 이런 상태겠구나 싶더라.

-배우들이 좀더 다양한 사회적 발언과 활동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듯하다.

=검은 선탠으로 가려진 밴 안에 갇혀 있기보다 각 분야의 의미있는 일들을 돕는 게 더 좋지 않나. 우리 집 가훈이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자다. 자식들한테도 그런다. 하고 싶은 거 하고, 나중에 책임지라고. 내가 한 일을 보면, 할 사람 많은데 내가 까불어서 그 자리 꿰찬 게 아니다. 해야 하는 일인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한 거다. 어렵고 힘들게 싸우는 분들 곁에 유명세 좀 가진 사람이 서면 조그마한 용기가 될 것 같고, 또 그들의 외로운 싸움이 대중에게 주목받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런 점에서 문소리나 권해효 같은 후배들에게 고맙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은 애초 이스트필름에서 제작될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안다.

=이런저런 상황들이 아무래도 불편했겠지. 아쉽긴 하다. 영화 5편 정도는 같이 하자고 했으니까.

-그래도 이창동 감독이 출연 요청을 해오지 않을까.

=아니. <초록물고기>에서만 나 쓰고 그 다음에는 안 쓰잖나. 이창동 감독 데뷔하기 전에 나 연극할 때 구경와서는 연기 잘한다는 말은 안 하고 배우라는 직업이 참 좋겠다고만 하더라. <초록물고기>에서 문성근 놀리는 장면 두고서 다른 사람들은 다 잘했다고 했는데, 그 장면 찍고 나서 이창동은 ‘에이 그만 하지’ 그랬었다.

-올해 가장 기쁜 일은 방은진 감독이 데뷔한 것 아닌가.

=죄송하고 미안했는데. 감독 하라고 꼬신 게 5년 전이니까. 이제야 좀 짐을 벗은 것 같다. 물론 방 감독이 인내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 옆에서 지켜봤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천개의 고원>은 어떻게 된 건가.

=애니메이션으로 가려고 한다. 따져봤는데 확보된 자본만으로 만족할 만한 극영화를 만들긴 어렵다고 봤고, 장선우 감독과 CG를 맡았던 장권호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한번 펼쳐보고 싶다고 하고, 또 그게 펀딩이 더 용이할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애초 <천개의 고원>은 애니메이션이 어울린다는 의견이 없지 않았고. 지금까지 들어간 돈은 빚으로 남았지만,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극영화 제작이 무산되면서 몽골쪽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고 그래서 급전으로 2억원 정도 빌려다가 뒷마무리를 하고 있다. 계약상으로는 별 문제 없지만, 이미지가 나빠지면 안 되니까. 촬영 기다리고 있던 아역배우들 실망이 너무 커서 한국에 데려다가 관광도 시켜주고. 현지 기관들 직접 찾아다니면서 보상을 하기도 하고 그랬다.

-빚이 더 늘었겠다.

=국세청 안 가봐도 안다. 쓰는 건 많은데 들어온 건 없었으니까. 그래서 매주 로또 열심히 사고 있다. (웃음)

-아무래도 앞으로 몇년은 영화 제작 일에 집중할 것 같은데.

=오기민이나 이은이나 차승재나 말은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속으로 그럴지 모르겠다. ‘형, 제작 그만 하지. 잘하지도 못하면서…’. (웃음) 지금까지는 시나리오 개발에 내가 직접 나선 적이 없었는데, 핸들링을 해볼 계획이다. 내 능력이 드러날 거다. 물론 혼자서 다 하겠다는 거 아니다. 이스트필름 후배들한테 조금씩 권한 내주고, 또 조우필름처럼 작지만 능력있는 회사들과 함께 손잡고서 가볼 생각이다.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아직 다 말할 순 없고. 광주 문제를 다시 다루고 싶기도 하고. 우리 민족의 시원에 관한 영화도 만들고 싶기도 한데 그건 좀 내 능력에서 벗어나는 일 같고. 아, 내년 초에 이성강 감독의 <살결> 개봉도 해야 하고. 소설 판권 사놓은 것도 2편 정도 있고, 조우필름과 공동으로, 또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내년에 2, 3편 정도 들어가고 싶다. 앞으론 투자사나 매니지먼트 사장님들이랑 친하게 지내려고 한다. 나이도 먹고, 이미지가 이렇게 돼버려서 어렵게들 생각하는데 도와달라고 할 생각이다. 후배들한테도 걱정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도움을 달라고 말할 참이다.

-배우로서는 <손님은 왕이다>가 정말 마지막일까.

=들어오면 하지만, 아마도 안 들어올걸. (웃음) 얼마 전에 싸이더스FNH에서 돌아가고 있는 프로젝트가 20개가 넘는다고 해서 차승재 대표한테 차비만 받을 테니 그 영화들에 한 장면씩만 넣어달라고 했다. 뭐 어렵지 않죠라고 하던데. 지금 크게 욕심내는 게 무리다. 유명해져봤고, 칭찬도 받을 만큼 받았고, 딴에는 손해보면서도 나 이외의 다른 것들에 바칠 만큼 바쳤고, 또 크게 부끄럽게 산 것 같지 않다. 몽골에서 말 타면서 넓은 초원 보면서 그랬다. 미망에 사로잡히지 말자고. 아직도 좀 울뚝불뚝할 때가 있긴 하지만. 몇년 제작에 집중하면서 내가 저질렀던 것들 정리도 좀 하고. 젊은 친구들 망설이면 박수쳐 주고. 그러면서 책도 좀 써보고 그럴 계획이다.

-정치쪽 활동 계획은.

=당원의 한명으로서 활동하는 거지, 뭐. 선거 운동을 돕는 것만 해도 이제는 내가 나서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망가지더라로 하는 일이 옳고, 또 도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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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