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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송일곤 쿼터 축소 반대 1인 시위
최하나 2006-02-13

스크린쿼터 1인 시위 중인 문소리

"스크린쿼터 사수는 미국의 문화침략에 대응하여 우리의 문화 주권을 지키는 것입니다." 다소 포근해진 날씨 속에 영화인들의 릴레이 시위는 계속됐다. 9번째 주자로 바통을 넘겨 받은 영화배우 문소리와 감독 송일곤은 13일 오후 각각 광화문 교보빌딩과 미대사관 앞에서 피켓을 든 채 각자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그동안 배우와 감독이 한 자리에 서서 이루어지던 시위가 사실상 ‘2인 시위’이기에 위법이라는 논란이 일자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에서 두 사람의 시위 장소를 달리한 것. 교보빌딩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미 대사관 앞이 제 2의 시위장소가 되었으나, 30여명의 전경이 송일곤 감독을 둘러싸고 시위를 저지한데 이어 종로 경찰서 관계자가 도로 교통법 위반을 들어 장소 이전을 요구하면서 1인 시위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유네스코 총회에서 문화다양성 협약이 체결될 당시 파리를 방문해 협약 지지 기자 회견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던 문소리는 “최근 시작한 연극 연습으로 목이 아파 말을 많이 못할 것 같다”면서도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은 147개국과의 약속"이며 "정부는 전 세계인과의 약속을 저버리려한다"고 말해 정부의 스크린 쿼터 축소 결정을 비난했다. 그는 "직접 나와 보니 부정적인 여론은 거의 없는 것 같고, 오히려 많은 시민들이 지지해주시는 것 같아 기쁘다"며 살며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스크린쿼터 1인 시위 중인 송일곤 감독

전경에 둘러싸이는 해프닝 속에서도 피켓을 놓지 않았던 송일곤 감독도 스크린 쿼터 사수에 대해 결연한 입장을 밝혔다. 송 감독은 자신이 유학 생활을 하기도 했던 폴란드의 예를 들었다. 그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폴란드 영화는 황금기를 누렸지만 영화 시장이 개방되고 미국 자본에 의해 폴란드 영화 시장이 잠식당하면서 지금은 1년에 10편도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사태의 외피만을 보고 판단하지 말고, 미국의 문화 침략이라는 실체를 제대로 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인 시위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양쪽으로 갈렸다. 직장인 정재화(38)씨는 "영화인들에게는 영화가 직업이고 시장이니까 1인 시위를 하는 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영화인이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영화 시장만이 시장이 아닌데, 그 것만 보호할 수는 없는 법 아니냐"며 스크린 쿼터 축소에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3일째 1인시위를 보기 위해 광화문을 찾았다는 학생 유지원(16)씨는 "스크린 쿼터를 축소하면 하루 피해액이 320억에 달한다고 해요. 제 꿈도 영화 감독이거든요. 스크린 쿼터를 축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1인 시위를 보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위 현장에는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와 천영세 원내 대표가 참석해 문소리와 송일곤을 격려하기도 했다. 1인 시위에 대한 식지 않는 관심을 반영하듯 취재진과 시민 등 3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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