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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춤으로 지은 성당,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김현정 2006-03-03

2월26일까지/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05년 한국 공연을 가졌던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또 한번 한국을 찾아왔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에 공을 들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다르게 무대가 미니멀하고, 유머와 해피엔딩의 강박도 걷어낸 뮤지컬이다. 그 때문에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낯설고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첫 공연이 성공을 거두어 일년 만에 한국 무대에서 노트르담 성당의 종을 울리게 되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앤서니 퀸이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원작이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 프롤로는 괴물 같은 외모 때문에 버려진 갓난아이 콰지모도를 주워 성당 종지기로 키운다. 콰지모도는 프롤로를 아버지처럼 생각하여 학대와 감금을 견뎌낸다. 그러나 두 남자가 성당 앞 광장에서 춤추는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발견하면서 지배와 복종의 관계는 깨진다. 프롤로의 명령을 받고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던 콰지모도는 광장 수레바퀴에 묶이는 형벌을 받고, 그녀가 준 물 한 모금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에스메랄다가 성직자로서 자신의 영혼을 더럽혔다고 생각하는 프롤로는 증오와 소유욕 사이를 방황한다. 여기에 에스메랄다가 짝사랑하는 근위대장 페뷔스의 위선, 파리 성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부랑자 무리의 이야기가 겹친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를 떠들썩한 소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빅토르 위고의 모국이기도 한 프랑스 예술가들은 고딕풍의 비극이었던 <노트르담 드 파리>에 원작의 공기를 불어넣었다.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진 꼽추 콰지모도는 괴물 모양의 석상인 가고일과 하나하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성당의 종들을 친구 삼아 지낸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거대한 성당을 짓는 대신 기둥과 가고일, 천장에서 내려온 종만으로 노트르담을 압축해 보여준다. 그 사이에 홀로 선 콰지모도가 조금 쉰 듯한 목소리로 에스메랄다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콰지모도와 프롤로와 페뷔스가 서로 다른 마음으로 서 있는 삼중창, 에스메랄다의 독무 역시 간소하지만 마음을 울린다. 그러나 <노트르담 드 파리>는 수백년이 된 원작에 현대적인 분위기도 섞어넣었다. 클로팽과 그가 이끄는 집시 무리가 할렘의 흑인들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대목은 다른 장치의 도움없이 인간의 육체와 목소리만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그 에너지는 눈과 귀만이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50곡 넘는 노래를 만든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가 한마디도 없다. 매우 장대한 규모의 원작소설을 노래만으로 되살릴 수 있는 건 어쩌면 고전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아닐까 싶다. 미리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사랑 때문에 삶을 파괴한 이들의 사연을 이해하기엔 전혀 무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