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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히든> 시사회

2005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3월23일 개봉예정)이 15일 시사회를 가졌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퍼니게임>과 <피아니스트>만큼 보는 이의 오감과 이성을 후벼대지는 않지만, 의문들이 끝까지 지속되는 스릴러 구도 속에 개인적 죄의식과 사회적 죄의식를 동시에 질문하는 방식과 내용은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TV문학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조르쥬(다니엘 오떼유)는 중산층 주택, 중산층 자동차, 중산층 친구 등을 지닌 지적 부르주아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내 안느(줄리엣 비노쉬)와 아들 역시 이에 걸맞는 ‘수준’이다. 그들에게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배달돼온다. 집 정면을 고정된 카메라로 응시하며 자신들의 출입을 그저 지켜보는 롱테이크가 전부다.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이 명백한 메시지에 조르쥬와 안느는 불안해지는데 이어지는 비디오테이프와 그림이 명백한 상징을 띠기 시작한다. 테이프와 그림이 상기시키는 건 조르쥬의 40년전 과거다. 불과 여섯 살의 나이에 타인에 대해 저지른 작은 차별의 경험. 하지만 잊고 있던 죄의식을 일깨우고 반성할 틈이 없다. 조르쥬 자신과 가족의 안위가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섯 살 때나 지금이나 조르쥬의 고민과 선택은 우리들만의 가족 지키기에 있다. 조르쥬는 테이프가 안내해준 곳에서 그 과거와 대면하고 과거와 이어져있는 더 큰 불행을 겪는다.

조르쥬는 “겪었다”고 아내에게 말하지만 사실 타인의 불행에 대한 ‘목격’일 뿐이다. 목격만으로 불행을 나눌 수 있을까.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였던 알제리인들이 1961년 파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200여명이 경찰들의 손에 학살되고, 세느강에 던져진 실제 사건이 그의 어린 시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어린 조르쥬는 그 불행의 연쇄효과에 슬쩍 가담했을 뿐이었다. 어린 조르쥬가 그 과거를 잊고 지성인으로 성장하며 좋은 가정을 꾸렸듯 프랑스 역시 그 과거를 잊고 안락한 사회를 만들어왔다. 문제는 여기서 배제된 이방인들이다. 그들은 가난은 참을 수 있어도 수치와 모멸은 지우기 어려웠다. 그들이 잊지 못하는 수치와 모멸에 대해 지성인 조르쥬는 여전히 방관하며 자기 삶의 내부로 끌어안을 줄 모른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놀랍도록 끔직한 과거를 깨끗한 공백으로 남겨버린 프랑스와 그 주체들에게 대단히 지적이며 예술적인 공격을 수행해낸다. 그리고 보편화한다. <히든>은 계급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평화와 안락함이 지닐 수 있는 위선과 불안정성의 속성을 해부하는 고도의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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