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꼭짓점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형의 정상에 올라 있는 ‘여왕’이 문제를 내면, ‘좌꼭지’와 ‘우꼭지’에 있는 ‘대감’들이 문제를 맞히기 시작하고, 거기에 게스트가 합류해 대형이 완성된다. 그때부터 이 대형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궁 밖의 백성들은 TV를 보며 문제를 맞히기 시작하고, 방송이 끝나면 인터넷을 통해 검색어로, 동영상으로 그리고 각종 패러디로 TV를 보지 않은 사람까지 그 존재를 알게 된다. KBS2 <상상플러스>의 <올드 앤 뉴>는 요즘 오락 프로그램이 전 국민의 인터렉티브 게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예다.
모두가 오락 프로그램을 보진 않는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인터넷을 한다. 인터넷을 통해 오락 프로그램의 내용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그것이 세를 불리기 시작하면 다시 언론 매체에까지 전달되면서 모든 국민이 알게 된다. 김수로의 ‘꼭짓점 댄스’는 이 인터렉티브 게임의 효과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춤이 검색어와 동영상을 통해 퍼지고,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모여 춤을 추는 사람까지 생기며, 한달 안에 그 현상이 뉴스에까지 보도된다. 보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검색어 순위 1위를 만들어줘야 성공한 오락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요즘 오락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에게 자꾸 놀 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올드 앤 뉴>처럼 10대의 89%가 모르는 단어건, MBC <강력추천 토요일>의 <무한도전>처럼 ‘마봉춘’ 아나운서의 정체건 혹은 KBS <스폰지>처럼 보도 듣도 못한 정보들에 관한 것이건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거리를 던져줘야 한다. 오락 프로그램은 1주일에 한번씩 이 전 국민의 오락을 위한 꼭짓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김수로의 ‘꼭짓점 댄스’에 열광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한명이 시작하면 그 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출 수 있는 이 춤은 하나의 콘텐츠가 제시되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요즘 오락 프로그램의 시스템과 닮아 있다.
인터넷이 처음 생겼을 때, 우리는 인터넷이 좀더 다양한 콘텐츠를 소통시켜 대중문화의 폭을 넓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인터넷은 반대로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더욱 크고 빠르게 증대시키는 도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물론 ‘꼭짓점 댄스’는 인위적인 마케팅에 의한 강요에 가까운 월드컵 응원보다 훨씬 재밌고, 하나의 콘텐츠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놀이의 대상이 되는 현상 역시 흥미롭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오락 프로그램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요즘의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매스미디어에 의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 놀 거리를 찾아 즐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