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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경희대의 고객 서비스 정신
김소희(시민) 2006-04-21

“툭하면 올려받는 너만 잘났냐. 돈 없어서 못 내는 나도 잘났다.” 숙명여대를 지나다 본 슬로건 중 하나다. “총장실로 출격!”이란 구호도 있었다. ‘역시 이것들이 하라는 데모를?’ 뿌듯한 맘에 다가가보니 ‘출격’이 아니라 ‘출첵’이었다. 이런… 시대착오감(그래도 ‘즐섹’으로는 안 읽었잖아).

학생을 대학 운영의 한 주체로 인정하기는커녕 고딩·중딩도 모자라 초딩 취급하고, 웬만한 대화는 학생 말고 학부모랑 하려 들며, 총학생회는 필요없다고 내놓고 떠드는 분들이 대학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인가. 봄날 개나리도 싯누런 눈물을 흘리는 것은(웬 시구? 엄청난 현금으로 대학 졸업장 산 티내려고 그런다).

최근 8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은 27.9%였는데 사립대 등록금은 44∼53% 폭등했다. 등록금을 갈고리로 긁어모아 교육여건이 좋아졌냐면, 아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조사를 보면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997년 33.5명에서 2004년 35명으로 오히려 늘었고, 학생 1인당 기자재 구입비는 32만6천원에서 26만2천원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대학당 누적이월 적립금(148억원에서 374억원)과 자산총액(1026억원에서 2277억원)은 안 그래도 천문학적이던 게 두배 이상 튀었다. 퉤퉤퉤. 정작 학생은 사용 못하는 럭셔리 건물 지어올리고 유명(해외)인사 초청·홍보에 열 올리고도 이렇게 많이 남았던 거다. 교육·연구 여건 개선보다 자산 불리기에 애쓴 결과다. 좋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적 마인드에 따라 학생들을 고객 대접이라도 하란 말이다.

이 와중에 경희대의 ‘등록금 인상 재논의’ 소식은 진정한 고객 만족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거라 믿고 싶다. 학생 대표자가 불참한 가운데 6.8% 올렸던 등록금을 다시 절차를 갖춰 따져본단다. 꽁꽁 감춰뒀던 대학 회계관련 서류들도 공개한단다. 그래서 인상률이 낮아지면 차액을 당연히 돌려줘야지. 대학마다 강조하는 세계화 시대, 진짜 경쟁력은 등록금 리콜에서 시작된다는 걸 명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