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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등급 받아 상영 중단된 <섹스해줘>, 등급제 바뀌어 재개봉
2001-09-11

지난해 여름 영화계 최고의 이슈였던 버지니 데스팡트와 코랄리 트린 티의 <섹스해줘>(Baise-moi)가 마침내 지난 8월29일 전국 40여개 극장에서 18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으로 재개봉됐다.

지난해 칸영화제 마켓에서 첫 소개될 때부터 강도높은 섹스, 폭력묘사로 스캔들을 일으킨 이 작품은 16세 미만 관람금지 등급을 받아 지난해 6월 이미 개봉됐다.

감독 및 제작자, 배급자에게 악몽이 시작된 것은 개봉 직후였다. 프랑스 최고행정재판소가 극우단체 중 하나의 이의를 받아들여 <섹스해줘>를 X등급으로 재분류하면서 일반극장에서 상영이 금지된 것.

이에 따라 상영중인 전국 60여개 극장이 즉시 상영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배급사쪽의 반발과 <로망스>의 카트린 브레이야 감독을 선두로 한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탄원서 등이 이어지면서 이 사건은 영화계 최고의 이슈가 됐다.

문화부 장관 카트린 타스카는 이 상황에서 영화등급을 재조정할 것을 약속했는데, 1년 만인 지난 6월 새 법령이 통과돼 새로운 등급에 따라 <섹스해줘>의 개봉이 가능해진 것이다. 조정 전 영화등급은 모두 관람가, 12세, 16세 미만 관람불가, 18세 미만 관람불가 및 포르노(X등급)라는 4개로 나뉘어 있었다. 이중 마지막 분류에 들면 현재 사실상 전무하다시피한 포르노전용관 이외의 극장에서 상영이 불가능해지고 세금이 가중됐다.

새 등급에서 달라진 것은 18세 미만 관람불가와 포르노를 따로 분리한 것인데 18세 미만 관람불가는 일반극장에서 상영이 가능해졌다.

이 영화는 공동감독 중 하나인 버지니 데스팡트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인간으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기엔 사회적 조건이 너무 척박한 두명의 여자가 강간과 모욕을 당한 뒤 권총으로 무장해 이후 만나는 남자들을 유혹해 섹스하고 처참하게 죽이는 과정을 로드무비식으로 담았다.

섹스묘사에서 오럴섹스, 혼교 등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면 폭력수위도 총으로 쏴죽이기, 목졸라 죽이기, 밟아 죽이기 등 제대로 보기 힘든 장면들이 두 여자의 우정이 쌓이는 과정을 담는 ‘정상적’인 이야기 속에 섞여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거친 2분법 논리가 새로운 페미니즘 논의를 열어주는 데 한계가 있다면 대개 호의적인 언론의 평들은 포르노영화와 일반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린 점에서 이 영화의 의의를 찾았다. 이런 평들에 대해 소설을 발표하기 전까지 섹스숍 판매원, 슈퍼마켓 점원 등을 거친 버지니 데스팡트와 포르노배우 출신인 코랄리 트린 티 두 감독은 영화가 남녀관계를 넘어서 계급적인 대립으로 이해되지 못한 데 아쉬움을 보였다.

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