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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나는 `가짜`만들기
2001-09-14

포인트3 - 사지절단의 특수효과

화살이 목줄기를 관통하고 날선 창이 지나가면 사람의 목이 굴러떨어진다. <무사>는 공포영화가 아니지만 스크린을 피로 적시는 고어영화다. 실제로 ‘고어’라는 말의 어원에는 ‘응고된 피, 전쟁터에서 흘린 피’라는 의미가 있다. 김성수 감독은 이처럼 잔혹하고 끔찍한 이미지로 관객의 감정을 자극한다. 수세기 전 전장의 실상을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샘 페킨파의 <와일드 번치>에서 영향받은 것이지만 요즘 관객에겐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킨다. 핸드헬드 카메라로 총알이 관통하고 사지가 부서지는 현장을 생중계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무사>는 전쟁의 참혹함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특수효과, 특수분장, 컴퓨터그래픽이다. 신체 일부가 잘리고 몸에서 피가 솟구치는 장면들은 세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여솔(정우성)이 부용 공주(장쯔이)를 인질로 잡고 있는 몽고 병사에게 창을 던져 죽이는 장면을 보자. 여솔이 창을 돌리는 장면이나 몽고 병사가 쓰러지는 장면은 진짜다. 하지만 몽고 병사의 이마에 창이 꽂혀 피가 뿜어지는 장면은 아니다.

미리 몽고 병사의 이마에 피주머니와 소량의 화약을 심어놓은 뒤 타이밍에 맞춰 폭파시키면 화약이 터지면서 피가 솟구친다. 카메라는 이마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몽고 병사를 찍고 창은 나중에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넣는다. 화살이 관통하는 장면들도 이런 특수효과를 사용했다. 몸에 피주머니를 심어놓은 뒤 화약과 함께 터트리고 화살은 나중에 그래픽으로 그려넣는 것이다. 신재호씨의 특수분장이 빛을 발한 것은 여솔의 배에 칼이 박혀 피를 쏟으며 무릎꿇는 장면이다. 촬영할 때 정우성이 사람의 피부와 똑같은 인조피부를 한겹 더 입고 배 부위에 피주머니를 품고 있다가 화약을 사용, 터트리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정우성의 가슴 부위에 핏줄이 꿈틀거리는 것까지 보이는데 가짜 피부에 심은 가짜 혈관이다. 감쪽같은 인공피부를 만든 덕에 탄생한 실감나는 장면이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특수분장 신재호

“보아라, 목이 잘리는 순간을”

날아가는 목, 솟구치는 잘린 팔. <무사>에서 특수분장의 컨셉은 잘린 뒤의 상태를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잘려나가는 순간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신재호씨는 “그런 장면을 보여준 것은 우리 영화사에서 처음이 아닐까 싶다. 외국영화도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눈에 띄는 영화가 없었다. <잔다르크>는 잘린 목을 얹고 흐릿하게 한 뒤 카메라를 흔드는 식으로 처리했다. <슬리피 할로우>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했더라”고 교과서 없이 작업해야 했던 고충을 털어놓는다.

특수분장의 재료는 실리콘이다. “<텔미썸딩> 때부터 썼다. 사람 피부의 질감을 살리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다. 화살이 목을 관통하는 장면을 봐도 살이 꿰뚫릴 때 오목하게 눌리는 느낌까지 확실히 (다른 재료와) 다르다.” 문제는 목이나 팔 등이 단숨에 베어져야 한다는 것. 갑옷 차림의 무사들이 팔에 감고 있는 가죽은 잘리지 않는다. 천으로 된 옷도 잘 베어지지 않는데 가죽을 단숨에 베기는 더욱 힘들다. 그래서상반신과 데드 마스크에 더해 아예 가죽옷과 마대까지 실리콘으로 만들어버렸다.

<무사>는 등장인물들이 대개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어 전투신 하나 분량을 만드는 데 꼬박 보름 이상 걸렸다. 현장에는 NG에 대비해 여벌의 팔을 하나쯤 더 준비해갔다. “특수분장 하나 때문에 촬영을 멈추고 몇 시간씩 기다릴 수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공들여 만들었다가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잘린 장면들. 얼굴을 창으로 가르는 장면, 도끼로 머리를 찍는 장면, 배를 칼에 찔려 내장이 쏟아지는 장면 등도 있었는데 자체 심의(?)에서 걸렸다고. “칼에 찔린 몽고 장수가 입고 있던 털옷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양털을 일일이 붙여 옷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냈는데 잘려나가 더욱 아쉽다”고. 중국 장수가 도끼에 맞아 목이 잘리는 장면에서 마네킹을 좀더 역동적으로 쓰러뜨리기 위해 지미집 같은 구조물도 고안해냈다. 마네킹을 구조물에 태운 뒤 구조물 자체를 움직여 액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라스트에 창이 정우성의 몸을 관통하는 장면은 사실 특수분장으로 처리하기 힘들었다. 고심하다 “카메라를 정면에서 잡아달라고 주문했다. 정우성의 가슴에 인조피부를 덧대 창이 들어갈 공간 10cm 정도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앞에서 보면 몸 앞에 덧댄 티가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 다음 상처를 내고 창을 심었다. 창을 맞은 혈관과 근육의 움직임을 살리기 위해 피주머니와 함께 가짜 혈관과 근육을 표현할 공기주머니 3개를 넣고 3명이 달라붙어 그 주머니를 움직였다.” 결과는 근사했다.

위정훈 기자 oscarl@hani.co.kr

▶ 전인미답의 장관을 꿈꾸다

▶ 포인트1 - 시네마스코프의 마력

▶ 포인트2 - 사실적 액션

▶ 포인트3 - 사지절단의 특수효과

▶ 포인트4 - 거대한 말떼의 질주

▶ 포인트5 - 되살아난 중세중국의 풍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