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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리얼리즘 영화에 바치는 한사”
2001-10-19

마틴 스코시즈 인터뷰

4시간에 달하는 마틴 스코시즈의 신작 다큐멘터리 <나의 이탈리아 여행>은 뉴욕영화제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테러의 여파로 <뉴욕의 갱들>이 2002년으로 개봉 연기된 상황에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스코시즈를 한참이나 기다려야 할 뻔했다. 한편 스코시즈는 영화제 기간 중, 필름 보존 운동에 끼친 공을 인정받아 국제필름아카이브협회가 수여하는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이민사회에서 나고 자란 뉴요커로서의 개인적인 영화 체험을 풀어놓은 <나의 이탈리아 여행>은 영화사에 한획을 그은 이탈리아 영화 전통에 대한 스코시즈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수많은 이탈리아영화들을 언제, 어디서 볼 수 있었나.

내가 다섯살이던 1948년 무렵부터 로셀리니나 데 시카 등의 필름들을 볼 수 있었다. 금요일 밤이면, 리틀 이탈리아의 우리집 거실에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조그마한 16인치 흑백TV로 이탈리아영화들을 보던 기억이 난다. 로셀리니의 <파이잔>을 보면서 전후 완전히 파괴된 조국의 참상에 눈물짓던 조부모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1950년대에는 아예 외국어 영화채널이 생겨서 이탈리아영화들을 계속 방송했다. 나중에 네오 리얼리즘으로 불리게 된 영화들을 조부모와 함께 보면서, 미국과 너무나 다른 이탈리아의 현실과 그 강력한 영상들에 매료되었다.

이탈리아영화와 미국영화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이 달랐었나.

조부모들은 시실리아에서 이민왔지만, 부모님들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므로 사실 두 문화가 공존했을 수도 있다. 가족들은 미국영화도 좋아했지만, 이탈리아영화를 볼 때는, 특히 네오 리얼리즘 영화를 볼 때는 정서적으로 반응했다. 영화를 볼 때마다 “정말 저렇지”라고 얘기하던 게 생각난다. 스펙터클영화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탈리아의 풍습이나 전통적 가치관 등이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사용된 수많은 영화장면들을 선정하는 작업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나의 개인적인 감상 경험에 충실했다. 이번 작업은 5살 때 처음으로 그 영화들을 봤을 때 받은 충격,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뇌리에 남아 있던 그 장면들이 왜 그렇게도 강한 호소력을 지녔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영화와 감독들에게 초점을 맞추었지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작품들을 골랐다. 일단 장면 선별 뒤에는 시나리오 작가와 함께, 그 장면에서 두드러진 영화적 형식, 전체적인 주제들을 선별해서 재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카메라 움직임이나, 조명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작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체적으로 연대기적 구성이나 일관성보다는 개인적인 여정을 따랐다.

현재 다른 감독들 중에 네오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다면.

영화사를 되짚어보면, 누벨바그 감독들이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을 중요시했는데, 현재는 대만영화나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에서 네오 리얼리즘의 영향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대만의 경우에는 노동자 계층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가 그러하고, 미국의 독립영화작가들 중에도 비슷한 비전을 지닌 이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조 잭커의 <자누>라는 작품을 봤는데 매우 마음에 들었다. 젊은 이탈리아 작가들은 되레 네오 리얼리즘 영화들을 안 본다고도 하는데 그건 이탈리아 사정이지 않겠나.

영화제작 과정은 어떤 식으로 기획, 진행되었나.

기획은 4, 5년 전부터 했는데, 제작비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려 <카지노> <뉴욕의 갱들>을 찍는 틈틈이 작업했다. 이탈리아의 한 TV방송사가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에 관심을 보여서 자금 지원을 해줬다. 200만달러 이상 소요됐는데, 대부분 후반작업이나 옛 이탈리아영화의 판권문제 해결에 지출됐다. 후반작업의 경우 영화에 시각적 매력을 더하기 위해서 같은 장면을 다른 비율이나 형식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이 중심이었고, 화질 나쁜 프린트를 복원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이탈리아 작가 중에 영화에 포함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무수히 많지만, 나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60년대까지로 한정했다. 안토니오니까지가 포함되었는데, 로시나 파졸리니, 베르톨루치 등도 꼭 다루고 싶었던 작가들이다. 언젠가는 속편을 다시 만들고 싶다.

뉴욕= 옥혜령 통신원▶ “저런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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