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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그의 것
2001-11-01

케이블 영화 <라이미>

Limey 1999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피터 폰다

<HBO> 11월2일(금) 오전 11시

최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듯하다. <트래픽>과 <에린 브로코비치> 등으로 비평과 흥행에서 고른 성과를 거뒀으며 할리우드의 스타들은 그와 작업할 기회를 갖길 희망한다고 하니까. 소더버그 감독의 ‘재래’를 알린 영화는 <조지 클루니의 표적>이지만 <라이미>는 그의 화려한 ‘스타일’을 만날 수 있는 수작이다. 이 영화의 구성은 조금 복잡하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개인적인 복수극과 그의 기억이 꼬리를 물며 맞물려 진행된다. <라이미>는 인물의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플래시백 기법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과연 과거 어느 시점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윌슨은 출감한 뒤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 LA로 향한다. 딸의 살해범을 찾던 윌슨은 딸이 살던 집주인을 만나는 등 주변인들과 접촉한다. 그리고 발렌타인을 비롯한 이들을 만나 대결을 벌이면서 조금씩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접근해간다. 로엘을 비롯한 사람들은 제니퍼가 명랑한 성격이었지만 마약을 탐닉했으며 나쁜 패거리들과 어울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영화는 두 사람의 대결로 압축된다. 테렌스 스탬프가 연기한 윌슨, 그리고 나중에 딸의 살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밝혀진 피터 폰다의 발렌타인이라는 인물이 그들. 이 두 나이먹고 퇴락한 남자들이 추격전을 벌이고, 살인과 죽음에 관한 진실을 움켜쥔다. 영화에서 소더버그 감독은 윌슨이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휘황한 미국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그곳엔 한때 꿈과 이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돈, 그리고 섹스’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곳이 돼버렸다. <라이미>에서 딸을 잃고 광분한 어느 노인의 개인적인 기억은 1960년대 미국의 잃어버린 꿈에 관한 회고담과 궤를 함께한다. 이 영화는 결국, 과거를 망각한 미국에 관한 작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