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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지금 몇시니? What Time Is It There?
2001-11-02

거장의 손길

아시아영화의 창|대만|차이밍량|2001년|116분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에 관한 이야기에 있어서 차이밍량은 독보적 경지에 오른 작가이다. <거기는 지금 몇시니?>가 주목하는 것도 역시 외로움에 고통받는 사람들.

차이밍량은 브레송을 연상시키는 자연주의적 묘사로 안식처를 구하지 못한 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강생이 연기하는 주인공 샤오강은 타이베이 거리에서 시계를 파는 젊은이. 아버지가 죽고 며칠 뒤 그는 파리로 떠날 예정인 젊은 여자에게 시계를 판다. 여자가 파리로 가버린 뒤 샤오강에겐 이상한 버릇이 생긴다. 눈에 보이는 시계란 시계를 몽땅 파리 시각으로 바꿔놓는 일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자신과 이강생 아버지의 죽음이라고 말한다. 영화제 참석차 비행기를 탔을 때 아버지의 죽음에 슬퍼하는 이강생의 표정에서 이번 영화를 떠올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은 처음과 끝, 단 두 장면이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지독히도 쓸쓸하고 외로운 샤오강과 그의 어머니와 파리의 여자. 울지 않고 소리치지 않아도 그들의 고통은 하나둘 쌓여 전달되고 문득 중요한 무엇인가가 그들 삶에서 사라졌다는 걸 깨닫게 된다. <거기는 지금 몇시니?>는 잃어버린 그것이 무엇인지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 누군가 있던 텅 빈 자리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