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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버라이어티> 수석기자 데릭 엘리 외
2001-11-10

부산국제영화제 피플

“한국영화는 허리가 튼튼해”

<버라이어티> 수석기자 데릭 엘리

“한국영화의 미래는 매우 밝습니다” 10일 문을 연 프레스 센터에서 미국 <버라이어티>지의 수석기자 데릭 엘리는 시종일관, “한국영화의 힘은 탄탄한 중견감독층에 있으며, 올해의 영화제가 그러한 중견감독들의 새로운 도약의 장이 될 것”이라고 영화제를 추켜올렸다.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통인 데릭은, 지난 85년부터 영화를 보기 위해 한국을 드나들기 시작했고, 부산영화제만해도 올해로 4번째 연이어 방문했다. 좋아하는 감독은 배창호와 허진호 감독이지만 새로운 발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번 주에도 <버라이어티>에 <신라의 달밤>데 대한 호평을 올려놓고 왔다. 1년전부터는 즐거움 반, 의무감 반으로 거의 모든 한국영화를 놓치지 않고 본다. “남은 과제는 관객층이 두터워지는 것”이라고 조바심할 만큼 애정도 두터운데, <흑수선>? 놓칠 리 없지.

축구도 영화도 공동개최?

낯선 이름, 가와우치 미치야스. 낯익은 직함, 도쿄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지난 42년 동안 방송산업계에 몸담았다 올해 4월27일 도쿄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취임했고, ‘친구’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초대장을 받고 부산으로 달려왔다. 그는 영화제 한번 치러낸 ‘영화계 초보’라고 몸을 낮추면서도 “내년 도쿄영화제는 확 바꿀 생각”이라고 패기에 찬 출사표를 던진다. 가와우치 위원장 덕분에 어쩌면 내년엔 축구와 영화를 한꺼번에 즐기는 이벤트가 생길지도 모른다. “영화는 축구 이상으로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컨텐츠다. 내년에 한일 월드컵이 열리는데 부산-도쿄영화제와 연동하면 좋을텐데.” 하는 꿈이 실현된다면. 또, 내년 도쿄영화제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은 한국쪽 인사에게 맡길 생각이라는데, 도쿄에서 날아올 초대장은 누구 품에 안길까.

시원한 통역, 뜨거운 열정

98, 99, 그리고 2001. 세 번째 부산행. 시애틀에서 날아온 부산영화제 영어 통역 최자영씨는 시원한 언어전달 솜씨 못지않게 시원한 마스크, 시원한 목소리를 가졌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옮겨가 워싱턴 주립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그가 부산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건 영화감독을 꿈꾸던 사촌의 소개 덕분. 미국에서도 ‘타향’ 언어 때문에 곤경에 처한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답답함을 풀어주곤 하는데, “통역이란 단순한 말의 전달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최자영씨의 입에서 풀려나오는 말들은 명확하고 치밀하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비디오테이프로 7편의 상영작을 연달아 보는 등 열정도 뜨겁다. 영화제 통역은 “좋아하던 영화를 ‘배울’ 수 있어 좋고, 영화 속에 감춰진 감독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어 더욱 좋다”고.

The Visitor 오늘의 관객 “제복 깃이 날리게 뛰어왔죠”

영화제 풍경에서 유니폼 입은 사람은 스탭이거나 자봉단이다. 개막식 입장을 30분 앞둔 BEXCO 현관에서 이들 제복맨을 봤을 땐 그저 대열지도하는 가드맨인줄 알았다. 그래도 혹시나, 신분을 취조하자 뜻밖에도 “저희 한국 해양대학교 해사대 2학년 학생들인데요”한다. 자신들도 당당한 관객이라는 항변. 해사대란 해양대 안의 단과대학으로 선장과 기관장 중 기관장이 되려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다. 작문수업을 가르치는 교수님께서 난데없이 부산영화제 참관기를 숙제로 내시는 바람에 제복벗을 틈도 없이 해운대로 달려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