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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할리우드 홍콩> 감독 프루트 챈
2001-11-15

“용두사미, 그건 홍콩의 모습이다”

지난 겨울, 디지털 영화 <공중화장실>을 찍으러 부산으로 내려온 프루트 첸에게 올해도 부산영화제에 오는지 물었다. 프루트 첸 왈, “한번이라도 걸르면, 양치질 안한 기분이 들더라.” 예상대로 그가 다시 왔다. 올해는 빈민촌에서 바베큐집을 운영하던 삼부자가 중국 본토 출신 창녀에게 나란히 매혹되고 파괴되는 과정을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와 블랙 유머로 풀어낸 <할리우드 홍콩>으로 관객과 만난다.

홍콩 반환 3부작에 이어, 이번엔 ‘반환 그 뒷얘기’다.

나는 홍콩을 아주 사랑한다.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의 홍콩을, 본토 출신 여자를 통해 반추해 보려 했다.

그 현실이라는 것이 별로 긍정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홍콩에는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내부 모순이 생기고, 빈부 격차도 더 커진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사람들의 동요도 꽤 크다. 하지만 노력도 안하면서 욕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생각할 때라고 생각했다.

홍콩을 거듭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각과 태도는 달라진 것 같다.

같은 반환 뒤의 이야기 <두리안 두리안>을 만들때만 해도 중국 본토를 별개의 공간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때 주인공은 홍콩으로 흘러왔다가 다시 본토로 돌아가지만, 지금의 주인공은 홍콩에서 머문다. 본토인은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닌 것이다. 그간 중국이 홍콩에 미친 영향 중 경제적 문화적 측면을 다뤘다면, 이번엔 아주 일상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했다.

잘린 손목이 서로 맞바뀌어 봉합되는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한 남자는 용문신을 했고, 또 다른 남자는 뱀문신을 했는데, 손목이 바뀌다 보니, 용머리 뒤에 뱀꼬리가 오지 않나. 용두사미. 그건 홍콩의 모습이다. 한참 요란하게 발전하다가, 이제 쇄락일로를 걷고 있는. 더 이상 이렇게 살지 말라는 얘기다.

익살스럽다 못해 비현실적인 만화적 표현들을 즐겨 쓰는데.

만화적이라. 그렇게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블랙코미디적 요소나 과장된 표현을 즐기는 건 사실이다. 이번엔 배경 자체가 너무 슬프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글 박은영·사진 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