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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 노부히로 인터뷰
2001-12-21

“도그마 그룹은 바보 같다”

당신의 영화는 일본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유럽적인 것처럼 보인다. 유럽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가.

외국에 나가면 오히려 차이밍량이나 허우샤오시엔 같은 아시아 감독과 비교되는 편이다. 롱테이크로 찍기 때문인 것 같다. 영향에 대해서라면…. 대학 때 조감독 하던 시기가 지나고 난 뒤에 프랑스의 누벨바그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본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를 통해서 내 영화의 세계가 훨씬 더 많이 열리긴 했다. 누벨바그 영화들을 보면서 내 영화세계가 형성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듀오>와 를 보면 정상적인 투숏이 적은 편이다. 보통의 투숏은 숏-리버스숏으로 구성되게 마련인데, 당신의 영화는 한 사람의 표정만 보여주고 다른 사람의 뒤통수를 보여준다든가, 아니면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보여준다든가 하는 식이다.

말하는 장면을 특히 좋아하는데, 두 사람이 이야기할 때 리버스숏을 쓰는 것은 아주 습관적인 것이다. 이건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하나의 습관적인 제도에 불과한 것이다. 어쩌면 거짓말을 만드는 시스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런 관습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숏-리버스숏처럼 시점을 바꿔가는 것은 하나의 픽션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카메라는 픽션에 가담할 생각이 없다.

영화란 감독이 지배하는 것도, 관객이 지배당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당신의 영화 한편에서 관객 수만큼의 영화가 나왔으면 한다고 했는데.

20세기를 통해서 영화는 대중을 만들어왔다. 예를 들어 마릴린 먼로는 모두가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모두가 영화에 대해 똑같은 체험을 하는 식으로 여기까지 왔던 것이다. 그런 영화는 물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고, 영화가 원하는 것이 어쩌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관객이 돈을 주고 영화관에 들어가서 자기를 제로로 만들고 영화에서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양성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드는 입장에서 뭔가를 의도하고 있으니까 그 의도를 보라는 것, 관객이 저 감독은 뭘 의도하고 만들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식은 너무 고전적이지 않나. 감독이라는 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란 건 그런 위대한 걸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영상을 이어가는 걸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떤 의도라기보다는 직감에 의해서 말이다. 직감을 통해서 사물을 생각하는 게 감독이다. 의미가 뭘까, 의도가 뭘까를 찾아내서 납득하고 싶어하고, 그 의미 안에서 안심하고 싶어하는 상황이 지금은 팽배해 있지만 오히려 거기서 불안정한 상태를 얻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나는 하나의 영상이 이어지면서 보여지는 것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영상과 영상이 이어지면서 거기서 보이지 않았던 뭔가가 보여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영화사적 교양이 풍부한 사람인 것 같다. 당신은 시네필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난 시네필은 아니다.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본 것도 아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얘길 하겠지…. (웃음) 다른 영화감독들의 영화를 보면서 결정적으로 감명을 받았다거나 영감을 받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난 내 영화와 좀 다르게 명랑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장 비고도 좋고 장 르누아르도 좋다. 그리고 뮤지컬영화들도 좋아한다.

어떤 면에서 당신의 영화는 도그마와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도그마는 한마디로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제약을 만들어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우습지 않나. 예를 들어 디지털로밖에 찍을 수 없다, 음악을 넣을 돈이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영화를 찍는 사람들도 있는데 도그마는 이렇게 영화를 찍자는 제약을 만들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사치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블랙조크일 뿐이다.▶ <듀오>와 로 광주 찾은 일본영화의 새 희망 스와 노부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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