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제4장 2차 추계대전- 달건오인방, 소림사 습격사건
2001-12-21

第四章 二次 秋系大戰 達乾五人方, 襲擊少林寺也

무림의 태산북두, 숭산 소실봉의 소림사.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소림사의 명성을 알고 있다. 시조 달마대사가 역근경을 집필한 이래 소림사는 정파무림의 중심을 한결같이 지키고 있었다. 소림사의 스님들은 평소 속세의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으나 무림이 위기에 처하면 나타나 사태를 해결하곤 했다. 지금까지 소림사가 분란에 휩싸인 일은 거의 없었다. 하긴 저 높은 소실봉 꼭대기까지 올라와 누가 소림사를 어지럽힐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런데…. 단풍이 물들어가는 고즈넉한 소림사 경내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어디선가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달마야∼ 놀자. 달마야∼ 놀자.”

이게 무슨 일인가. 소림사 시조 달마대사를 “달마야”라고 부르는 불경한 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소림사 대문을 걷어차며 들어서는 다섯 사람, 그들은 조폭파의 달건오인방이 아닌가. 달건오인방, 맏형격인 약속달건 신양 이하 희극달건 상면, 주유달건 성진, 구라달건 수로, 소년달건 경인 등 다섯명으로 이뤄진 그들이 소림사까지 이른 까닭은 기가 막히다. 올 봄에 있던 ‘니가 가라, 소림사’ 사건을 기억하는가. 조폭파에 “소림사로 가라”는 말은 파문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조폭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가 바로 소림사이기 때문이다. 술, 여자, 고기가 없는 곳에서 조폭파가 어떻게 제정신으로 견딜 수 있겠는가. 오성도 결국 그 말에 열받아서 동건에게 살수를 쓰지 않았던가. 말썽은 상면에서 비롯됐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상면은 추계대전의 승자, 조폭여걸 은경선자와 정혼한 사이였다. 본시 무공에 조예가 없던 상면은 은경선자의 미모에 반해 결혼까지 했지만 은경선자, 아내로서는 빵점이었다. 남편 보기를 돌같이 하던 은경선자가 임신한 것도 말하기 부끄럽지만 상면이 성폭행당한 결과였다. 결국 가오대형 민수가 나타나 은경선자가 한눈을 파는 사이 상면은 약속달건 신양에게 조폭파가 찾지 못할 장소로 도망치자고 말했다. 늘 한몸처럼 움직이던 조폭오인방이 상면의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조폭오인방이 조폭파가 가장 기피하는 장소인 소림사까지 이른 경위는 대략 이런 것이다.

소림사 경내가 시끄러워지자 면벽수도를 하던 스님들이 모여들었다. 소림사 주지 인문대사는 한눈에 그들이 조폭오인방이라는 걸 눈치챘다. “야 이노무 자슥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소란을 피워, 소란을 피길.” 중후한 내공이 실린 인문대사의 목소리는 어딘가 시골 이장님 같은 데가 있었다. 인문대사의 한마디에 실린 내공이 조폭오인방의 방약무인하던 자세를 움츠러들게 했다. 신양은 인문대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소림사에 머물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래, 자네들이 소림사와 싸워 이긴다면 그렇게 하지.” 신양은 눈앞이 캄캄했다. 무림의 각종 절학이 창시된 구파일방의 으뜸, 소림사를 어찌 조폭파의 내공으로 당해낼 것인가. 첫 번째 대결은 삼천배였다. 평소 생각없이 말만 많은 구라달건 수로가 나섰다. “이래뵈도 어려서부터 인사성 밝다고 동네에서 소문났던 놈입니다. 냅다 절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며 넙죽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배도 올리기 전에 피식 쓰러지는 게 아닌가. 두 번째 대결은 정해진 사각의 공간에서 경공과 보법을 겨루는 것으로 달건오인방의 승리였다. 평소 옥살이에 단련된 달건오인방은 좁은 곳에서 노는 건 잘했다. 세 번째 시합은 삼육구장법을 겨루기. 전신의 공력을 이용해 초식을 운용하되 삼의 배수가 되는 초식은 건너뛰는 어려운 장법이었다. 역시 장법에선 소림사를 당할 수 없었다. 네 번째 대결인 물 속에서 오래 참는 잠수기공은 달건오인방의 희극달건 상면이 이겼다. “까짓거 정 못 참겠으면 여기 있는 물 다 먹어버리면 되는 것 아닙니까.” 상면은 남산만한 배를 두드리며 기함을 토했다. 양쪽의 대결이 일진일퇴를 거듭하자 인문대사가 나섰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내는 문제를 풀어보도록 해. 여기 밑빠진 독이 있으니까 물을 채우도록 해봐.”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라니, 어찌 그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양쪽 다 갖은 궁리를 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이 채워질 리 만무했다. 무승부로 끝나려는 순간, 신양의 머리에 번개처럼 스쳐지나는 것이 있었다. “독 들어.” 달건오인방은 일제히 독을 들어 연못에 풍덩 빠트렸다. 과연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방법은 독을 연못에 던지는 수밖에 없었다. 인문대사도 더는 어쩔 수 없어 달건오인방을 받아들였다. 무림본산 소림사가 이단으로 여겨지던 조폭파를 정식으로 인정했다는 소식은 뻐꾸기를 통해 무림에 퍼졌다(뻐꾸기는 당시 우편물 배달을 하는 새였다. 조금 있다 나오겠지만 서역의 해리공자는 부엉이를 이용했는데 부엉이와 달리 뻐꾸기는 실제보다 부풀린 소식을 전하는 특징이 있다). 무림은 다시 한번 들썩거렸다. “소림사, 너 마저도”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과연 소림사마저 접수한 조폭파는 진정한 무림의 지존이란 말인가.

조폭파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약속달건 신양

지난날 신파장으로 일세를 풍미한 인물. 조폭파에 들어가 약속달건이라는 별호를 얻었으며 상면, 성진, 수로, 경인과 함께 달건오인방을 결성한다. 소림사 습격사건 이후 내공수련에 정진, 두문불출하고 있다.

소림사 주지 인문대사

소림사에 들어가기 전 농사를 지었다. 마을 이장을 하던 시절 “야 이노무 자식들아”라는 말버릇이 남아 있다. 단것을 좋아해서 스님들 몰래 과자류를 먹곤 한다. ▶ 組暴派 武林制覇記 (조폭파 무림제패기)

▶ 제1장 춘계대전 - 조폭파, 마이무타를 완성하다

▶ 제2장 하계대전- 삼마이검객, 신라월야지곡을 부르다

▶ 제3장 추계대전- 조폭여걸, 사자후로 무림을 뒤흔들다

▶ 제4장 2차 추계대전- 달건오인방, 소림사 습격사건

▶ 결

(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