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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갓 넘긴 네 여자의 손에 권총이…
2002-01-04

신승수 감독이 만든 <아프리카>는 우연히 굴러 들어온 권총을 손에 쥔 네 여자의 이야기다. 스무살을 갓 넘긴 이들에게 총을 쏴야할 절박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우연히 손에 총이 들어온 것처럼 거듭되는 돌발 상황에 총을 쏘게 될 뿐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뜻하지 않은 사태와 맞물려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과정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일까. 에피소드들이 수평적으로 나열될 뿐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며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것 만큼 웃음을 주지는 못한다. 배고프다고 빵집주인에게 총을 들이대거나, 자기 구좌에 분명 돈이 들어 있는데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가 돈을 내놓지 않는다며 기계에 총을 쏘거나, 택시 기사가 권총강도로 현상수배된 자신을 못생겼을 거라고 하는 소리에 격분해 방아쇠를 당기는 따위의 에피소드들은 코믹한 요소로 작용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드라마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부분도 더러 있긴 하다. 도박판에서 판돈 대신 권총을 내놓았던 강력계 형사와 조직폭력단의 중간 보스가 권총을 되찾기 위해 이들을 뒤쫓는 장면은 설정 만큼은 코믹하다. 그러나 중간 보스가 형사에게 얻어맞을 때마다 자신의 꼬봉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형사에게 오히려 동물적인 추리감각을 설파한다거나, 100만원을 넘어선 기름값이 부담된다며 이제는 나눠 내자고 형사의 지갑을 강탈하는 장면 등은 이전의 <투캅스> 영화나 조폭영화를 통해 눈에 익을 대로 익은 상황들이다.

영화의 제목인 아프리카(Africa)는 이들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온라인상에 조직한 팬클럽의 이름이다. 일탈을 꿈꾸는 이들의 자유공간을 은유하기도 한다. 이요원, 김민선, 조은지, 이영진씨가 네 명의 여자로 출연했다. 11일 개봉.

신복례 기자bo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