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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2002-01-04

2002 기대작 총집결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연가

프로젝트7- 김정권 감독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동감>이 같은 공간이되 다른 시간이어서 공유할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였다면, <화성으로 간 사나이>(강제규필름, 디토엔터테인먼트 제작)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임에도 공감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다. 영화의 톤도 <동감>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억지로 울리지 않는 멜로, 무엇보다 동화처럼 따뜻한 판타지로 갈 예정이기 때문. 고향 진안에서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아이디어는 시작되었다. <동감>을 끝낸 뒤 여행을 떠났던 김정권 감독은 호남지구에서 가장 큰 댐이라는 용담댐을 건설하고 있는 모습, ‘고향’이 수몰지구가 되어 있는 황량한 풍경 앞을 만났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달라지다니…. 그곳을 본 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어떻게 그려나갈까 생각하면서 수몰지구에 관한 자료들을 하나둘 모았다.

<화성으로 간 사나이>는 고향이 수몰지구인 두 남녀 소희와 승재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을 부르는’ 영화다. 소희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여자. 병으로 죽어가던 아버지는 어린 소희에게 차마 죽는다는 말을 못하고 “아버지는 화성에 간단다”라고 한다. 소희는 커서도 아버지가 화성에 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 소희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데, 단 한 사람 승재만이 진심으로 그녀를 믿어준다. 쌀쌀맞은 소희는 승재의 마음은커녕 존재 자체에도 관심이 없지만, 승재는 고집스럽게 소희를 사랑하고, 고향을 떠나버린 그녀를 오래도록 기다린다. 승재의 캐릭터는 초등학교 때의 여자를 못 잊어 서른세살이 된 지금도 다른 여자를 못 사귀는 친구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그 친구는 예전에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무작정 그녀를 18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는데, 하도 답답해서 “그 여자가 뭐가 그리 좋냐”고 물었더니 “그냥 보기만 해도 좋다”라고 답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승재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정신병자’ 남자로 그릴 생각이라고.

이야기는 2001, 1999, 1997, 1984년이라는 4개의 연도로 쪼개진다. 2001년 어느날 소희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메시지를 듣는데, 그건 승재가 화성에서 보내는 것이다. 메시지를 들은 소희는 기차를 타고 승재를 찾으러 떠난다. 시간은 1984년으로 거슬러올라가고,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각자의 생활에서 재회까지 순차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고는 김정권 감독이 썼고, <동감>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있다. 시나리오 수정만 스무번도 더 했는데, 수정 원칙은 단 하나. ‘수몰지구’ 속에 아름다운 추억과 이야기들이 잠겨 있음을 알게 해주자는 것이다. 위정훈 oscarl@hani.co.kr

“너 소냐? 나, 최영의야”

한국 최강8-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

“아… 아… 앞에 딱 서! 너 소냐? 나… 나… 나, 최영의야. 그리고 딱 뿔을 잡어! 그리고 내… 내리쳐. X나게 내리치는 거야…. X나게….” <넘버3>의 조필, 송강호가 오합지졸 똘마니들을 여관방에 꿇어앉혀놓고 풀어놓던 무용담의 주인공, ‘일본가서 맞짱뜨고 미국가서 맞짱뜨고 심지어 스페인의 투우소와도 맞짱을 떴다’는 전설적인 파이터 최영의(최배달). <리베라 메>의 양윤호 감독이 2고를 털어내고 3고째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신작은 방학기의 동명의 만화를 각색한 <바람의 파이터>다.

“<리베라 메> 끝나고 지난해 봄부터 바로 <바람의 파이터>를 준비했었다. 중간에 <남벌>이나 <빨치산>으로 방향을 틀었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가장 마음이 이끌렸던 최배달의 이야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일제시대 태어나 1938년 일본으로 건너가 실전무도 ‘극진 가라데’라는 새로운 무술을 창안해 현지 무도계를 평정했다는 실존인물 최배달은 1950년대 이후 ‘신의 손’이라고 불리며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고수와 대결하며 가라데를 세계적인 무술로 끌어올리게 되는데,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최배달의 어린 시절과 함께 그가 파이터로 성장하여 일본을 휩쓸고 미국 하와이 특설링에 서기까지를 담을 예정이다. 이후 최배달이 스페인으로 건너가 투우소를 상대로 대결했던 이야기나 프랑스 고수들과 붙었던 이야기 등은 연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배달과 관련된 자료는 생각보다 방대해서 자료수집의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일본에는 ‘극진 가라데’를 신봉하는 ‘가라데기파’에 의해 최배달에 대한 조사가 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포장된 최배달과 방학기의 <바람의 파이터> 속 최배달은 다른 느낌이었다. 영화는 원작인 만화에 충실하게 될 거다.”

세계의 고수들을 찾아가 하나씩 쓰러트리고 점점 강한 자들과 대결한다는 점에서는 단계별로 업그레이드되는 게임과 비슷한 형식이지만, 감독은 그 과정 속에서 최배달이란 인물의 내적인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특히 자신과의 혈투 끝에 죽은 ‘료마’의 모자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고행을 하다가 결국 료마의 아들하고 화해하는 장면은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담겨질 예정이다. 최배달이 고수를 찾아 일본 전역을 도는 로드무비 형식인 <바람의 파이터>는 요코하마, 교토, 고베 등의 필름 커미션을 통해 로케이션을 물색중이며, 최배달 역을 비롯한 파이터 캐스팅을 위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될 신인배우 공모를 거쳐 3월 말이나 4월 초 크랭크인한다. 백은하 lucie@hani.co.kr ▶ 주목!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하리라

▶ 프로젝트1- 장윤현 감독의 <테슬라>

▶ 프로젝트2-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 프로젝트3- 변영주 감독의 <밀회>

▶ 프로젝트4-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