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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통신] 2001, 좋았던 마지막 해?
2002-01-07

비방디 유니버설, 합병통해 메이저로 부상할 가능성 높아져 작가영화 제작에 적신호

2001년은 프랑스영화 재생의 한해였다. 1986년까지 40%를 상회하다 이후 27%까지 떨어졌던 프랑스영화 시장점유율이 처음으로 다시 40%를 넘어섰고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프랑스영화가 19편이나 됐다. 극장을 찾은 관객 수도 2000년에 비해 11%가 늘어났고 프랑스영화를 본 관객의 80% 이상이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루하고 말 많은 영화로 소문나 외국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던 프랑스영화가 <아멜리에>를 선두로 미국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물론 축제 분위기 속에서 우려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대성공을 거둔 영화들의 대부분이 프랑스영화 평균제작비인 1500만∼4천만프랑을 훨씬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오락영화인지라 중소규모 작가영화들의 제작여건은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 또 프랑스 오락영화의 대성공에 밀려 외국의 작가영화들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점을 들어 앞으로 이런 영화들의 배급시장이 더욱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렇지만 들뜬 분위기를 결정적으로 깨놓은 것은 지난해 12월17일 비방디 유니버설이 미국 USA 네트워크의 일부를 합병했다는 소식이다. 이 합병으로 비방디 유니버설은 미국에서 영화와 방송의 새로운 메이저로 부상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게 됐다. 프랑스의 문화적 예외주의의 종언을 선언하며 세계화를 부르짖는 비방디 유니버설과 프랑스영화계의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은 프랑스영화의 가장 중요한 투자자인 유료채널 카날플러스가 지난 2000년 비방디 유니버설에 합병됐기 때문이다.

84년 설립된 첫 유료채널인 카날플러스는 프랑스 방송위원회(CSA)와 영화진흥위원회(CNC)의 조정 아래 결정된 협정에 의해 방영영화의 60%를 유럽영화(이중 40%가 불어권 영화)로 채우고 총사업액의 20%를 영화에 투자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 공생관계 덕에 다양한 프랑스영화, 특히 중소예산의 작가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될 수 있었던 것. 영화관계자들의 걱정은 협정이 만기되는 2004년 이후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한 세계화를 꿈꾸는 미디어제국의 한 계열사가 된 카날플러스가 지금과 같이 프랑스영화에 투자할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문화예술지 <텔레라마>는 최신호 표지로 <아멜리에>의 주인공 아멜리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담았다. 더없이 좋았던 2001년 프랑스영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사족처럼 웃는 모습 옆에 `혹시 좋았던 마지막 해?`라는 질문이 붙어있는데, 이건 많은 영화인들의 의구심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