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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
2002-01-10

비디오/메인과 단신

The Crew 2000년, 감독 마이클 디너 출연 리처드 드레퓌스, 버트 레이놀즈, 케리 앤 모스 장르 코미디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2001년 한국영화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조폭영화들의 주인공이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 <크루>는 한때 잘 나가던 마피아들의 지루한 노년을 보여준다. 죽마고우인 바비(리처드 드레퓌스)와 조이(버트 레이놀즈), 마이크(댄 헤다야), 토니(시모어 카셀)의 어린 시절 꿈은 같은 마피아 조직에서 신나게 일하는 것이었다. 60년대 말 그들의 꿈은 이루어졌고, 거침없이 한 시절을 풍미했다. 세월이 흐르고, 그들은 노인의 천국 마이애미의 싸구려 호텔에서 여전히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더이상 조직 같은 것은 없다.

젊은 고객을 받으려는 호텔에서 방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자 바비와 친구들은 머리를 굴린다. 마이크가 일하는 장의사에서 무연고 시체를 하나 빼내 호텔 로비에 갖다두는 것이다. 물론 머리에 총알을 박아서. 나이가 들어 제대로 방아쇠도 못 당기지만, 어쨌든 임무는 성공한다. 아파트의 젊은 사람들이 겁에 질려 도망을 치고, 호텔에서는 반대로 돈을 얹어주며 남아달라고 부탁했으니. 바비와 친구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의 결과에 만족하며 다시 ‘마피아’가 되기로 작정한다. 행동도 변한다. 번듯한 양복에, 천박한 여자를 끼고 다니고, 친구들과도 마구 주먹다툼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마이크가 가져온 시체가 하필이면 마이애미의 마약왕 라울 벤타나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게다가 토니에게 모든 비밀을 들은 스트립걸 페리스(제니퍼 틸리)는 자신의 계모를 살해하라고 협박한다.

<크루>의 제작자는 <맨 인 블랙>의 감독 배리 소넨필드. <크루>의 분위기를 미리 알고 싶다면 배리 소넨필드가 감독한 <겟 쇼티>를 떠올리면 된다. 약간 허전한 듯하지만, 아기자기하게 엉망진창인 사건을 끌고 나가는 코미디. 시나리오 작가는 <킹핀>을 썼던 배리 파나로. <킹핀>처럼 엽기적인 사건은 없지만, 휠체어에 탄 노인이 샷건을 쏘아대는 장면이나 제니퍼 틸리의 여전히 천박하고 요염한 남자 꼬시기 같은 묘한 장면은 볼 수 있다. 비록 노인들이 주인공이라 호쾌한 액션이나 러브신은 없지만, 리처드 드레퓌스와 버트 레이놀즈의 연기는 볼 만하다. 코미디에서 드라마까지 어떤 역이든 소화해내는 리처드 드레퓌스의 연기는 새삼 감탄스럽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