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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두, 허장석이 한억관을 만들었다
2002-01-10

TV 속의 조재현

최근 5년간 조재현이 드라마에서 출연자의 맨 처음에 이름을 올린 적은 없었다(단막극 제외). 보도자료에서 이름을 죽 적다가 너무 길어서 잘라야 할 지점에 그의 이름이 위치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간만에 따낸 드라마 타이틀롤 한억관은 좀 ‘과한’ 주연이다. 그는 1부부터 4부까지 그의 모노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신에 등장한다. 그리고 이 ‘과한’ 주연이 ‘조재현 발견’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조재현이 창조한 한억관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가 맡은 수많은 TV ‘소모성’ 역의 결과다.

1998년 말 조재현의 드라마 출연이 빈번해졌다. 일주일에 몇번씩 시청자를 찾을 만큼 잦을 때도 있었다. 주간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KBS)의 김무생 아들로 1998년 9월부터 2년 넘게 출연하면서, 또다른 주간 드라마 <학교2>(KBS)의 조재현 선생 역을 1999년 10월부터 맡고 2000년 6월 제자와의 사랑(<슬픈 연인>)으로 사표를 쓸 때까지 연기한다. 1999년 4월 일일연속극 <하나뿐인 당신>(MBC)에서 김희애의 상대역으로, 11월 주말극 <사랑하세요>(KBS)의 체육관 관장으로 출연하고, 같은 해 9월 <해피 투게더>(SBS)의 차태현과 패거리 조필두로 싸돌고, 잇따라 <>의 이미숙을 따라다니는 포도농장 주인, 2000년 9월 <줄리엣의 남자>(SBS)에 줄리엣 반대파의 심복으로 활동하다가, 후속 드라마 스페셜 <루키>(SBS)에서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미용사 공부를 하는 허장석으로 출연했다.

왜 그렇게 자신을 소모하는가라는 힐책이 당연히 따라붙을 만한 이력이다. 학생의 구애를 받는 선생님, 건실한 농촌청년, 미용사 자격증을 따는 여성스러운 역, 속 깊은 사장, 가끔 그 전 드라마의 역을 그대로 본떠 들어오는 ‘불성실한’ 역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조재현’으로 사는 시간보다 드라마 인물로 사는 시간이 많았다. 자신에 대해서보다 조필두, 조재현 선생님에 대한 설명이 쉬울 만큼 자신을 소모했다. 끊임없는 소모다. 그렇게 온몸이 뿌사지고 나니까 한억관이 우뚝 섰던 것이다.

그리하여 12월31일 ‘조재현 연기대상 추진위원회’의 ‘야망’은 좌절했지만 조재현은 무엇보다 큰 상을 받았다. 뉴스타상으로 단상에 오른 두 연기자 류승범과 지성은 질문자의 질문은 아랑곳없이 조재현에 헌사를 바쳤다.

이제부터 조재현에게는 난관이 버티고 섰다. 이제 마음껏 이것저것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미워해야 할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니, 이제 미워해야 할 때 미워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니, 주연에게 가는 눈길을 거둘 것이니, 사각지대에서도 ‘그 배역’이고자 하는 순간을 시청자들에게 들켜버릴 것이니 말이다.▶ 16부작 `스페셜` 드라마 <피아노>

▶ TV 속의 조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