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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이야기> 주제곡 부른 가수, 성시경
2002-01-16

“음악엔 오해가 없어요”

그리 놀라운 조합이 아니다. 포근한 솜털구름의 질감과 파스텔톤 보드라운 색채를 지닌 <마리이야기>가, 성시경의 촉촉한 미성을 선택했다는 것은. <마리이야기> 주제곡은 감수성 풍부한 목소리의 짝을 제대로 만나, 서정적인 감성의 시너지를 일으킨다. 성시경과 마리의 첫 만남은 O.S.T 작업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제작사인 씨즈엔터테인먼트쪽에서 영상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그의 목소리로 <마리이야기>를 홍보하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내온 것. 그리고 지난해 10월부터 예고편격인 영상이 성시경 1집 수록곡인 <내 안의 그녀> 뮤직비디오로 방영되기 시작한 인연이 이어져, 메인 테마까지 노래하게 되었다.

<마리이야기>의 음악감독은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이병우. 보컬을 채택한 작업이 처음인 만큼 까다로운 프로듀서였을 것 같은데, 가수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고 반영해주는 스타일어서 의외로 편했단다. 주로 오리지널 스코어로 이루어진 이번 앨범에서는 보컬이 들어간 트랙 두곡이 각각 영화의 문을 열고 닫아준다. 토이 유희열이 부르는 오프닝 곡과 함께 날아오르는 갈매기의 비행으로 기억의 탐험을 시작한 영화는, 성시경의 목소리와 함께 따스한 여운을 남기며 엔딩 크레디트를 올린다.

주제가 <마리이야기>에서 성시경은 마리와 남우가 손을 잡고 공중을 부유하는 장면의 꿈같은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환상적인 영상에 걸맞게, 조금은 어지러운 듯한 느낌을 가지고 노래를 불렀다고. 창법은 기교를 배제해서 담백하게 가되 여운을 주자는 데서 이병우의 가이드와 그 자신의 의견이 만났다. 성시경의 음성이 잔잔하게 떠오르면 전자기타와 컴퓨터 사운드가 일렁이며 쫓아가고, 목소리의 바통을 이주한의 솔로 트럼펫이 넘겨받아 몽환적이고도 경쾌한 스텝을 만들어낸다.

“빠르고 즉각적인 것 대신 어쿠스틱한 매력에 더 끌린다”는 그답게, 좋아하는 영화도 영상이 아름답고 잔잔한 감동을 남기는 사랑 얘기, 사람 얘기다. ‘내 인생의 영화’로는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를 꼽는다고. 시사회 앞에 작은 공연을 가졌지만 정작 영화는 보지 못할 정도로 바쁜 스케줄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와 예쁜 그림의 궁합이 기대되면서도 언제나 확인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이버가요제 뜨樂페스티벌을 통해 데뷔, <내게 오는 길> <처음처럼> 등의 곡으로 사랑받고 있는 성시경은 요즘 2집 준비중이다. 본업인 앨범작업 틈틈이, ‘개인기’의 잣대로 평가받는 TV보다는 영화든 어디든 ‘음악으로’ 자신을 초대하는 곳에 기꺼이 달려가고 싶단다. 마리가 그랬듯이, 그를 환영해줄 곳은 많을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음악에는, 노래에는 오해가 없으니까” 말이다.

글 황선우 jiver@hani.co.kr·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