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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과 문명의 선택 <휴먼네이처>
2002-01-22

<휴먼 네이처>는 <존 말코비치 되기>로 1999년과 2000년 미국의 각 지역 영화 비평가협회에서 주는 각본상이란 상은 거의 모두 휩쓸었던 찰리 카우프만이 두 번째로 쓴 시나리오다. <휴먼 네이처>의 아이디어는 <존 말코비치 되기>만큼이나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재기가 넘친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뼈와 살을 갖추고 하나의 드라마로 완결된 모습을 갖춰 가지 못한다. 카우프만은 아이디어를 힘있게 밀어붙여 깊이있는 얘기를 만들어가기보다는 그저 아이디어를 툭툭 끊어 던져 놓는 식이어서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억압되고 왜곡되었는가를 보여주려는 그의 의도는 한 편의 영화로서보다는 하나하나의 장면으로만 전해진다.구성은 상당히 독특하다. 세 명의 주인공인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 퍼프(리스 이판), 네이선(팀 로빈스)이 각각 경찰 취조실, 의회 청문회장, 저승 입구 대기실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라일라는 “내 평생 동안 털을 깎으면서 인간의 몸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았는데, 앞으로 감옥에 갇혀 산다 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며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라일라는 호르몬 이상으로 온 몸에 털이 자라는 여인으로 네이선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와 있다. 퍼프는 청문회장에서 “라일라에게 미안하고, 네이선에게 미안하고, 유감스럽고 후회가 밀려온다”고 답한다. 퍼프는 자신을 원숭이로 생각하는 아버지와 함께 야생에서 원숭이처럼 살다가 하이킹을 온 라일라와 네이선의 눈에 띄어 예절과 지식을 교육받고 문명인이 되었으나 자유를 찾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계획이다.네이선은 “이제 죽었는데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후회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겠다”고 답한다. 에티켓을 생명처럼 중요시하는 양부모에게 양육된 행동주의 심리학자 네이선은 문명과 예절이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믿음으로 쥐에게 테이블 매너를 가르치다가, 퍼프를 발견한 뒤 성욕억제 훈련까지 시키면서 그를 교육시켰다.영화는 퍼프의 야성을 제거하려는 네이선과 그를 자유로운 야생으로 돌려보내려는 라일라 그리고 둘 사이에 끼어 문명과 야만 중 어느 쪽이 더 실리가 있는지를 머리 속으로 계산하는 퍼프, 세 사람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세 사람 연기는 멋진 앙상블을 이루지만, 야성 앞에 무너지는 예절과 문명의 이기 앞에 무너지는 야성 등이 좌충우돌한다. 때문에 일관된 주제보다는 코믹함을 자아내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둔 영화로 다가온다. 25일 개봉.신복례 기자bo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