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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받은 형사와 악독한 범인의 대결
2002-01-22

<공공의 적>은 시네마서비스라는 영화 배급사 대표로 더 바쁜 강우석 감독이 <생과부위자료 청구소송>(1998) 이후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아 내놓은 작품이다.영화는 선이 굵은 두 남자의 대결구도로 압축된다. 한 축은 강철중(설경구)이란 강력계 형사다. 동료들은 골프 따위의 호사취미에도 은근히 관심이 있지만, 이 친구 서랍에선 오로지 모나미 볼펜 한 자루만 데구르르 굴러다닐 뿐이다.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 조서 꾸미는 일조차 서툴다. 물론 사회정의 실현에 몸 바치겠다는 어설픈 정의의 사도는 아니다. 오히려 폭력배보다 더 폭력적인가 하면 수사중 마약을 빼돌려 팔아먹으려 드는 타락한 `민중의 지팡이`다.다른 축은 조규환(이성재)이란 펀드매니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하는지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을 지닌 냉철한 분석가다. 문제는 이 친구의 합리적 외모 속에 냉혈동물이 한 마리 숨어 있다는 데 있다. 가령 그는 접촉사고 낸 자신을 꾸짖은 늙은 택시 운전기사를 조용히 뒤쫓아가 벽돌로 쳐죽이고도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는 인간이다.선이 굵은 인간들은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쇳소리가 나는 법이다. 조규환이 일을 저지르던 날 밤, 폭우 쏟아지는 골목에서 잠복근무중이던 강철중은 (방금 용변을 보고 난 뒤) 좀 어정쩡한 상태에서 이 야수와 운명적으로 마주친다. 이후 영화는 액션 장르의 문법에 따라 두 캐릭터의 정면대결을 향해 치달린다.`업무에 광적인 폭력경찰`이나 `이중인격의 살인마`란 캐릭터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설경구와 이성재가 소화해낸 강철중과 조규환의 박력과 광기는 스크린을 압도한다. 개그와 재담으로 연명하는 요즘 몇몇 영화들에 비하면 화면의 질감과 무게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재산의 사회환원을 결심한 조규환의 아버지가 개차반 같은 아들에게 돈을 굴리도록 내줬다는 설정, 아들의 칼에 죽어가는 어미가 아들의 범행흔적을 없애려 난장판 속에서 침착하게도 눈꼽만한 물증을 삼켰다는 설정, 강철중이 조규환을 진범이라 확신하고 무모하리만치 저돌적으로 좌충우돌하는 대목 등 개연성이 떨어지는 구성이 아쉬움을 남긴다. 25일 개봉.이상수 기자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