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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Buena Vista Social Club Five>
2002-01-24

음악도, 삶도 강물처럼 흐르네

최근 라틴문화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결정판격인 음반이 나왔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가로 낯익은 라이 쿠더가 쿠바에서 ‘발견한’ 인간문화재급 음악인이다. 이들은 룸바, 맘보, 차차차, 살사 등 20세기를 풍미한 음악의 원산지 쿠바 음악인들로, 1997년 라이 쿠더의 프로듀싱을 거쳐 나온 음반과 1998년 빔 벤더스가 만든 다큐멘터리의 세계적 성공으로 ‘그제야’ 스타가 된 쿠바음악의 노장 드림팀이다.

이번에 나온 음반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멤버스 베스트 파이브>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통칭되는 음악인들 가운데 이브라힘 페레르, 오마라 포르투온도, 루벤 곤살레스, 엘리아데스 오초아, 콤파이 세군도 이상 다섯명의 ‘올스타 멤버’의 다섯장짜리 베스트 음반이다. 국제적인 감각에 맞게 손질된 라이 쿠더 편곡음반과 달리, 이번 음반은 그 이전(1960년부터 1997년까지) 레코딩된 음원들이 가감없이 실려 있다. 그래서 가령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장소(에그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것이라도 이번 음반에 담긴 곡들은 좀더 투박하고 원형적인 질감을 갖고 있다.

박스 세트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번 음반은 지난 음반에 수록되어 인기를 끈 곡들을 비롯해 총 82곡이 담겨 있다. 손(Son) 스타일의 <Chan Chan>(찬찬)이 라이 쿠더 편곡 버전과 유사한 반면, <El Cuarto De Tula>(툴라의 방)는 즉흥적인 기타와 퍼커션 연주가 물고기의 파닥거림처럼 잘 살아 있어 이 음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드라마 <푸른 안개>에 테마곡으로 쓰여 큰 인기를 끌었고 그에 힘입어 모 의류 CF에도 삽입되었던 볼레로 <Veinte Anos>(스무살) 역시 라이 쿠더 편곡 버전의 센티멘털한 어쿠스틱 기타 대신 관악기와 피아노가 주도하는데 보컬 역시 원곡의 에토스를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이 밖에 냇 킹 콜의 리메이크로 잘 알려진 <Quizas, Quizas, Quizas>(아마도)는 굳이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리드미컬한 보컬이 아니라도 반가운 트랙이며, 1964년에 레코딩된 <Serenata Para Los Monos>(원숭이를 위한 세레나데), <Ciudad Oscura>(어두운 도시) 등은 루벤 곤살레스의 발군의 피아노 연주가 아니라도 아프로 쿠반 재즈의 향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음반에는 5장의 CD에 82곡이 가득 실려 있을 뿐만 아니라 해설과 가사가 담긴 60쪽의 소책자까지 함께 묶여 있지만 1.5장의 가격에 시중에 나와 있다. 지난해부터 음반시장을 강타한 컴필레이션 박스 세트의 ‘마수’가 마침내 쿠바음악에까지 이른 게 아니냐, 혹은 색다른 이국 취향의 또 하나의 사파리가 아니냐는 마뜩찮은 눈길이 앞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미권 월드 뮤직 레이블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나왔다는 점에서(국내 기획사에서 쿠바 국영 레이블 에그렘과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직접 편집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 강물처럼 흐르는’ 쿠바음악의 한 정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어린 시선은 ‘일단’ 거두는 게 좋을 듯하다. 우선, 쿠바의 이 전설적 음악인들이 일생에 걸쳐 맑은 영혼으로 빚어낸 삶의 희로애락과 사랑의 음악들에 몸을 맡겨라. 판단은 그뒤에 해도 좋다(스플래쉬 뮤직 발매).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 pink72@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