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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단체관람한 형사들의 수다 (2)
2002-01-25

“칼 맞은 방향 알려고 시체에 맨손도 찔러봤어”

윤명연(이하 윤) - 영화를, 제작진들이 농사로 치면 1년 농사를 진 거 가지고 우리가 콩나라 팥나라 하면 좀 잘못된 얘기겠지만, 그 소재 자체가 우리 형사들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경찰 신분으로서 이러한 점은 이랬으면 좋았겠다, 이런 것은 표현하고 싶습니다. 누가 봐도, 경찰이 아닌 사람이 보기에도,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너무 폭력적인 걸로 묘사가 됐어요. 또 영화지만 너무 쉽게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나와서…. 그러한 인명경시풍조에 대해서 일단 지적하고 싶고, 또 아직도 우리 경찰은 환경이 열악합니다. 근데 그 가족들이나 동료들이 보았을 때, 집에도 못 들어가고 열악한 생활을 하는 형사들 가족들이 영화를 보고 혹시 실망하지 않을까. 전체적인 영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만.

최인열(이하 최) - 그래서 제 생각에는 영화에, 시작하거나 끝나는 부분에 자막으로 이런 걸 좀 넣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영화의 내용은 형사들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반장님이 말씀하시지만은, 지금 우리 경찰 중엔 그런 경찰이 없어요. 볼펜 하나만 가지고 수사를 하다니….

윤 - 내가 사실 몇 가지 메모를 했어요. (형사수첩을 꺼내 페이지를 넘기며) 우리 수첩이라는 게 늘 이런 수첩인데(앞 몇 페이지에 지명수배범 몽타주들이 붙어 있다), 이런 수첩에 내가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적어봤어요. (수첩의 메모를 보며) 일단 감독님이 우리 경찰을 소재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 영화보다 좋은 소재가 훨씬 많이 있다는 걸 아셔야 돼요. 지금 우리 경찰이 어떤 수사기관보다 더 과학적인 수사기관입니다. 그런 게 묘사가 좀 되고 그랬으면, 우리 경찰도 홍보가 돼서 좋고, 보는 관객도 이제 우리 한국 경찰이 이렇게 과학적인 수사를 하니 믿을 만하다 하는 인식을 받아서 아주 좋았겠죠. 그러면 아예 우리가 나서서 홍보를 했겠죠. 또, 우리 형사들은 사실 서민층들을 보호하는데, 자칫 서민층들을 괴롭히는 걸로 비쳐지는 것으로 인해 일선에 근무하는 형사들을 오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과일장수 부분도 그렇고, 마약 부분도 그렇고. 그 다음에 그 설… 경구. 그분이 연기력이 대단하신데, 그래도 형사라는 사람이 눈도 바로 뜨고 그래야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 형사를 가리키며) 우리 강력형사들이 아주 깔끔합니다. 그런 이미지로 비쳐졌으면 좋았을 텐데, 뭐 양치질도 안 하고 머리도 안 감고, (웃음) 그건 좀 서운했습니다. 근데 신기한 건 영화를 보고나니까 어딘가 모르게 시원한 과일을 먹은 듯한 이미지가 풍겼어요. 중간중간 대사 같은 것은 좀 자존심도 상하고 그랬지만….

최 - 언어적인 폭력, 그러니까 욕을 너무 많이 합니다, 형사가.

윤 - 좀 좋은 말로 했으면,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네요.

“칼 맞은 방향 알려고 시체에 맨손도 찔러봤어”

최 - 지금은 화이트칼라 범죄가 주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찌르고 우발적으로 하는 범죄도 있지만 계획적으로 하는 범죄들이 많아요. 자연히 옛날같이 몸으로 뛰어서 잡는 수사도 있지만 과학적인 수사를 많이 하죠. 휴대폰 추적을 한다든가, 기지국 추적을 해서 수사를 한다든가, 아니면 아이피 추적을 한다든가. 카드 같은 경우도, 우리가 카드 분실해서 바로 신고하면 카드가 어디서 뜨고 있다는 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온단 말이에요.

윤 - 기자한테 그런 수사기법을 다 알려주면, 기자들 범행은 우리가 어떻게 수사하나, 최 형사.

최 - (웃음)…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시대에 맞는 경찰에 대해서 영화를 한번 만들어주면 더 좋지 않겠나. 그리고 사건 같은 경우도 경찰서 이렇게 다니고 하다보면 진짜 시사성 있는 사건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런 게 영화로 나오면 좋죠. 물론 지금도 작가들이 멋있는 걸 쓰고 있긴 하지만.

윤 - 사건에 대해서라면, 어제 <공공의 적>에 나오는 그것보다 훨씬 심한 게 많아요. 일반인들이 볼 땐 그거 대단한 거죠. 근데 강력을 실제로 다루는 우리로서는 이 정도 사건은 그냥 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최 - 머리만 망치로 스물여덟방 때려서 머리 뻥뻥뻥 다 뚫리게 해서 죽이는 사건도 있는데요, 뭐.

조병희(이하 조) - 어제도 칼로 몇 군데 한 게 나왔지만, 나는 마흔일곱 군데 찌른 걸, 실제 손가락으로 깊이까지 넣어봤어요, 장갑도 안 끼고. 왜? 칼방향이 어느 쪽인가, 오른손으로 찍었나 왼손으로 찍었나, 깊이가 어느 정돈가, 넓이는 얼만가, 이런 걸 보기 위해서.

조 - 저는 서울 경찰청 강력반장입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불만이 많고, 관객 입장에서 보면 약간은 흥미가 있고 괜찮다, 그렇게 느꼈어요. 조금은 구시대적인 영환 거 같아. 제목은 잘 지었는데, 공공의 적이라구. 예방과 단속이 병행이 돼야 하는데 너무나 처음부터 경찰관이 조폭 같은 행세를 하고 있어. 그것도 강력반 형사가. 청소년들이 보면 문제라고, 어른들이 보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할 텐데. 우리 딸래미도 자기 친구들 데리고 와서 어제 같이 봤는데, 재미는 있대. 흥미롭고 재미는 있는데, “아빠, 진짜 그래요?” 해서, “저건 영화다, 영화일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말았는데, 서운한 게 좀 있더라구. 검사들이 와서 그렇게 형사들한테 욕하고 함부로 못해요, 절대로. 상호간에 그렇게 못해. 제가 이제 정년퇴직이 2년 남았는데. 제가 수사를 좀 오래 했어요. 한 29년. 저는 지금 정리해가는 입장이니까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을 후배들한테 정리를 해서 남겨주고, 그리고 어떻게 명예롭게 떠날 것인가, 그런 입장이니까, 영화 하나를 봐도 그냥 못 지나치겠더라구요. 우리한테 뭐가 마이너스고 뭐가 플러슨가 생각을 하죠. 어제 저녁에 영화보고 나오면서 MBC하고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방송용 말투로) “실제 우리 형사들의 애환과 그 고난을 잘 묘사한 것 같다. 그래서 좀 감동적이다.” ‘그런데, 조금 서운한 면도 있다’, 하는 얘기는 하려다 말았지.

신명섭(이하 신) - 우리가 경찰이라는 걸 떠나서, 단순히 영화 관객으로서는 재밌다 이겁니다. 유머도 많고 말이죠, 사회비리도 이야기해주면서 재미있게 넘어가지 않았느냐. 하지만 우리 현실하고는 안 맞아.

최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볼펜 하나 가지고 수사하는 형사들 없고, 그리고 그렇게….

조 - 조서 못 받는 형사들 없고,

최 - 그렇게 피의자들을 갖다가 인권을 유린하면서 발로 막 차고,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어요. 지금 그러면, 벌써 집에 가서 애 보고 있어야 돼요.

신 - 그럼.

최 - 사실 우리 형사들이 영화 속에서 설경구씨가 보여주는 것의 100분의 1이라도 공권력을 갖는다면 일을 더 편하게 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거죠.

조 - 내가 고려대 여대생 납치사건 범인을 4일 만에 잡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갖구 MBC에서 하도 하자구 해서 내가 한번 <경찰청 사람들>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도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주민들하고 우리하고 함께 의식개혁을 해야 해요. 그런데 주민들이 과거의식을 가지고 경찰들을 대해요. 목격자가 바로 나와버리면 수사가 얼마나 축소되냔 말이야. 자, 30대다, 40대다, 이게 나오면 얼마나 수사범위가 좁혀져. 그런데 주변을 전부 탐문해도 본 사람이 없어. 나중에 범인을 잡고 나서 너 그때 누구 본 사람, 동네사람 없었어, 그러면, 분명히 그 앞집에 누가 봤습니다, 그래요. 가서 물어보면 그때서야 봤습니다, 그래. 왜 그때 얘기를 안 했느냐, 하면, 내가 귀찮게 왜 가서 이야기를 합니까,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바라는 건, 저런 영화가 기폭제가 돼서 우리 경찰을 홍보해주면서, 또 우리 애환을 알고 주민들이 협조해주는 거, 그걸 기대한단 말이에요, 경찰서가 문 닫는 거 봤습니까, 파출소가 문 닫는 거 봤습니까. 365일 그래도 불 켜놓고 주민들 곁에 있는 건 경찰관이다, 이런 얘기야. 나, 부모형제 처자식들한테 죄 많이 졌어요. 진짜 내가, 쇼핑 한번 제대로 못했으니까. 또 부모님 성묘 한번 제대로 못 갔으니까, 제때에.▶ <공공의 적> 단체관람한 형사들의 수다 (1)

▶ <공공의 적> 단체관람한 형사들의 수다 (2)

▶ <공공의 적> 단체관람한 형사들의 수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