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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3)
2002-01-26

스크린쿼터, 지켜나가되 보완책이 필요하다

김: 이러한 기구가 실질적인 연대의 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호혜’라는 원칙하에 아시아 지역 등 좁은 블록에서의 연대틀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것뿐만 아니라 합작 등의 시스템 결합 등의 방식도 좀더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씨네21: 지난해 한국영화의 호조 상황을 놓고서도 쿼터제의 혜택은 특정 소재의 일부 흥행작들과 메이저 영화사에 돌아가고, 반면 관객은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를 잃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유: 처음 시작할 당시 내부에서는 우리가 내세우는 논리의 배경이 너무 국수주의적이지 않냐라는 심각한 고민이 오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매일 집회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그걸 대외적으로 밝힐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가 급상승하면서 쿼터제를 둘러싸고 국내 메이저랑 할리우드의 메이저랑 차별성이 무엇이냐, 결국 한국영화니까 편드는 것 아니냐라는 의문들이 제기됐던 것 같다. 하지만 문화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갑작스런 말바꾸기가 아니다.

김: ‘스크린쿼터문화연대’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사실 2년 전에 만들었던 단체의 영문명 ‘Coalition for Cultural Diversity in Moving Images’는 이미 그때부터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전향적으로 방향설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 처음에는 제‘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의식의 전환이 이뤄졌던 것은 분명하다. 이것이 좁게는 문화주권을 위하고 넓게는 전세계적인 문화종다양성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으로 봐야 한다.

세계문화기구 조성에 주도적으로 나서자

양: 여기서 분명히 할 게 하나 있다. 국내시장에서의 다양한 콘텐츠 생산과 유통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점임은 분명하지만, 쿼터가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일을 해오면서 쿼터제의 경우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제3세계 영화, 각국의 인디영화 등에 할당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유: 타이영화도 미국의 인디영화도 같은 편인 셈이다.

김: 쿼터제는 지금처럼 단순명료한 원칙으로 존재하되 여타 공공책으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쿼터제는 할리우드의 독점을 방지하되, 흥행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만들어진 영화는 극장에 걸릴 수 있는 조건만을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을 시장논리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화두는 조금은 혼란스런 현재의 상황을 하나로 집중케 하는 철학으로 기능할 수도 있겠다. 2001년 후반기에 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관객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단순히 이상적인 주장만은 아니다. 영진위의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제작활성화를 통해 시장기능에 관심을 가졌지만, 불과 2년 만에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다양한 영화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를 위해 현재 대안적인 배급망 확보나 예술영화전용관, 미디어센터 설치 등 시장논리 아래서는 추진되기 어려운 일들을 전적으로 맡아 진행하고 있다.

임: 영진위가 올해부터 저예산 영화 제작 또는 대안적인 배급망 확보 등에 관심을 돌린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2년 전, <라이방> <수취인불명> 등 영진위의 부분지원을 통해 추가자본을 얻는 등 파이낸싱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실제로 제작이 가능했던 영화들이지만 정작 배급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흥행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지 않았나. 내 영화도 마찬가지이고. (웃음)

양: 방송이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문제 또한 제기해야 한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6개 공중파 방송들이 한국영화 방영 비율 25%를 겨우 맞추긴 했지만,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 75%의 영화 중 95%가 미국영화에 편중해 있다. 공영방송이 안방 시청자들을 상대로 특정문화를 주입시키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규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에 대한 자각 뒤에 자체적인 제작지원을 위한 선구매 등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유: 지난한 싸움이 계속된다. 한국영화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세계문화기구 구성은 작금의 시급한 목표이고 유일한 대안이다.정리 이영진 anti@hani.co.kr

용어설명

1. 문화다양성을 위한 연대(CCD: Coalition for Cultural Diversity): 캐나다 내 30여개 문화관련협회 단체들의 연대 모임. 지난해 9월10일부터 13일까지 몬트리올에서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칠레, 덴마크, 프랑스, 폴란드 등 각국 문화전문가 그룹들을 초청, ‘문화의 다양성, 문화정책들, 그리고 국제무역협약’이라는 첫 번째 국제회의를 열었다. 한국은 이 회의에서 시청각 분야 성공사례 발표국으로 참석. CCD는 이 회의에서 “문화창작물은 일반상품과는 다르므로 경제용어로만 축소시켜 논의할 수 없으며”, “자유시장의 힘은 문화의 완전한 역할 수행과 전세계 모든 사회의 문화다양성 실현이라는 목표의 달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2.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네트워크(INCD: International Network for Cultural Diversity): 캐나다 예술위원회(The Canadian Conference of the Arts)에 의해 주관되는 비정부기구로 문화적 주권의 확장, 인간 및 문화의 다양성 존중, 통상조약에서 상품시장논리와는 다른 문화적 다양성의 예외적 조항 인정을 위한 국제연대기구 구성을 위한 활동 추진이 목표. 52개국 300여 문화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제1차 총회는 2000년 그리스에서 열렸다.

3. 문화정책에 관한 국제네트워크(INCP: International Network on Cultural Polocy): 1998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네스코의 ‘발전을 위한 정부간 문화정책 회의’가 계기가 되어 캐나다 문화유산부가 제안한 유네스코 회원국의 문과 관계 장관들의 모임. 세계 NGO들의 국제업무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2001년 회의에서부터 문화적 종다양성 증진을 위한 효과적인 문화정책 수립을 위해 INCD와 양자간 협의테이블을 마련함. 전세계 46개국 문화부문 장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 아직 가입하지 않은 상황.

4.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에 의해서 지속적인 세계평화를 구축한다는 이념 아래 창설됐으며, 현재 189개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다. 2001년 11월3일 파리에서 ‘세계문화다양성 선언문’을 채택, 1948년 세계인권선언과 동등한 의미를 부여했다. 12조항으로 구성된 선언문 중 제7항 창의성의 원천으로서의 문화유산, 제8항 문화상품과 서비스의 특수성 등을 통해 문화의 상호평등 교류가 세계평화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했다.

5.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 1995년 공식 출범. 일반적인 상품거래만을 다루었던 이전의 GATT체제와 달리 농산물, 금융, 통신 등 서비스와 지적재산권 등으로 포괄범위를 확장시킴. GATT체제가 자유무역의 장벽으로 관세만을 문제삼았던 것에 비해 ‘비관세 장벽’이라는 딱지를 붙여 해당국의 정책을 통제하는 등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한층 강화된 형태의 무역체제.

6. 문화다양성을 위한 새로운 국제기구(NIICD: New International Instrument for Curtual Diversity): WTO와 같은 완전한 자유무역 체제가 요구하는 경제적 압박에 의해 개별 국가들이 갖고 있는 문화의 종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보존하고 증진하기 위한 새로운 전문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됨. 어떤 형태로 누가 주체가 되어 나설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간 열렸던 INCD, 유네스코 등의 국제회의 등에서 결성문제가 여러 번 제기되었으며 이후 세계문화기구를 의미하는 호칭으로 쓰이고 있다.

7. 비방디-유니버설: 유니버설은 1995년 시그램이 마쓰시다로부터 MCA레코드를 사들이면서 한때 유니버설-시그램으로 불렸으나, 이후 98년 프랑스의 미디어 그룹인 비방디에 인수, 합병됐다. TV쪽에서 프랑스의 유선방송인 카날플러스를 휘하에 두고 있어, 유럽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 문화다양성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

▶ 문화다양성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

▶ 문화다양성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