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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영화배우 양성소!
2002-02-01

지난해 9월, 명필름이 제작하는 김응수 감독의 <욕망>의 배우 오디션 본선장. 응모자 400명 가운데 10명을 1차로 추린 결과 3명이 방송국 탤런트 출신이고 나머지 7명이 연극배우였다. 최종 선발된 4명의 주연배우는 탤런트 이수아씨 1명을 제외하곤, 이동규·안태건씨 등 나머지 3명이 모두 대학로(연극배우) 출신이었다. 다른 연극배우 2명은, 같은 명필름의 영화 <버스정류장>의 조연으로 캐스팅됐다.명필름 심보경 이사의 말. “연극배우들의 연기가 깊이가 있었다. 방송국 출신의 연기는 어딘지 가벼워보였다. 또 `새로운 얼굴`이라는 기준에도 방송국 출신은 잘 맞지 않았다.”개인 인맥을 통해 충무로로 진출하던 연극배우들이 어느 순간 충무로 정상에 깃발을 꼽고 `대학로의 충무로 점령'을 선포해버렸다. 90년대 중반부터 지난해 초까지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유오성씨가 그랬다. 이보다 조금 늦게 신하균, 임원희, 정재영씨 등 이른바 `장진 사단`의 연극 배우들이 장진 감독과 함께 집단적으로 충무로로 들어와서, 이제 막 대학로 출신의 2세대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복수는 나의 힘>(신하균), <이것이 법이다>(임원희), <피도 눈물도 없이>(정재영)의 주연은 이들의 몫이다. 이제는 연극배우들이 공개된 오디션을 통해 충무로에 주연급으로 입성하기까지 한다.조연과 단역은 2~3년 전부터 완전히 대학로의 몫이다. <친구>의 조직폭력배 두목 기주봉, <달마야 놀자>의 성질급한 폭력배 김수로와 능청맞은 스님 이문식, <공공의 적>의 형사반장 강신일씨와 잡범 성지루·유해진씨를 뺀다면 이들 영화는 희멀건한 죽에 그쳤을지 모른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오지혜, <나비>의 김호정, <나쁜 남자>의 김정영씨 등 여자 연극배우 출신도 빠질 수 없다.60~70년대에는 엑스트라 조합이나 배우협회가 영화배우의 등용문이었다.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텔레비전 탤런트들의 영화 나들이가 붐을 이뤘다. 그러나 탤런트 출신 가운데 충무로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배우를 꼽아보면 고소영 장동건 김희선씨 등 열명이 채 안된다. 지금은 대학로가 영화 배우들의 공급을 온전히 책임지는 양상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해 가는 모습이다.“당연하다. 배우 수업을 제대로 하는 건 대학로밖에 없다.” 씨네월드 이준익 대표의 말처럼 연극배우들의 도약은 우선 연기가 된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많아진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 연극적 연기의 과장된 표현법이 무척 요긴하게 쓰인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공공의 적>에서 형사 설경구를 따라다니는 두 잡범 성지루, 유해진씨의 코미디는 무대 위의 퍼포먼스를 방불케 한다. 이런 건 연극 배우가 적격이다. 송강호씨가 두각을 나타낸 것도 <넘버3>의 `너 소야? 나 최영의야!'식의 코믹 연기였다.”(명필름 심보경 이사) 게다가 연극계는 가난하지만 영화판은 돈벌이가 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로에선 배우들의 영화나 텔레비전 출연을 고깝게 보던 시선도 이제는 많이 누그러졌다.요즘 연극계의 입이 삐죽 나온 것은 당연하다. “연극 개막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요즘 같으면 연습을 할 수가 없다. 해가 뜨면 해떴다고, 비가 오면 비 온다고 영화촬영장으로 달려간다. 3월이면 꽃핀다고, 10월이면 낙엽진다고, 겨울엔 눈 온다고 간다. 이걸 무작정 말릴 수도 없고.”(연출가 김석만씨)충무로로 나온 연극배우들도 어딘지 마음이 죄스럽다. 그래서 지난해 말 기주봉, 최정우, 정재진씨 등 영화판으로 온 연극 동료들이 모였다. 이들은 영화에서 번 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1년에 한편이라도 돈 때문에 못 만들었던, 꼭 만들고 싶었던 작품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기주봉씨가 전했다. 장진 감독도 신하균, 임원희씨 등 자신의 사단을 이끌고 올해말 연극 한편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영화가 연극계에서 배우를 충원하는 건 무척 선진적인 시스템이다. 연극은 수십번의 리허설을 갖지만 영화는 바로 실전이다. 영화에 출연했다가 연극도 다시 하고 자유롭게 왕래하면 된다. 배우는 영화배우, 연극배우 구별할 것 없이 통합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연극계가 워낙 불황이라 그곳을 떠올리면 마음이 답답하다.”(장진 감독)정재숙 임범 기자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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