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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영화] 뮤리엘의 웨딩
2002-02-07

Muriel’s Wedding 1994년, 감독 P.J. 호건 출연 토니 콜레트 [EBS] 2월12일(화) 낮 1시20분

“고향에 있을 때 난 방 안에 갇혀 아바 음악을 몇 시간 동안 듣곤 했어. 너와 함께 떠난 뒤로, 내 삶은 멋지게 변했어. 노래 뒤 <댄싱 퀸>처럼 말이야.” <뮤리엘의 웨딩> 영화의 주인공은 뮤리엘이라는 뚱뚱하며 개성이라곤 눈씻고 찾기 힘든 여성. 뮤리엘의 방은 온통 아바의 사진으로 도배되었고 그녀는 노래 <댄싱 퀸>을 흥얼거리곤 한다. 어떤 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뮤리엘의 웨딩>에서 영화음악은 백조임을 자각하지 못한 여성을 위한 씩씩한 ‘응원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심심하고 우울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친구와 소원해졌을 때, 뮤리엘을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건 아바의 평온하면서 유치하고, 언제나 경쾌한 음악이다. 아바의 노래가사는 영화 대사로 부분적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니 <뮤리엘의 웨딩>이 1970년대, 80년대의 인기 그룹 아바를 재발굴하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한 셈이다.

뮤리엘은 가정에서, 집 밖에서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럴 것이 남성에게 별로 인기없는 스타일인 것. 그녀에게도 한 가지 꿈은 있는데 멋진 남성과 결혼을 하는 것이다. 화려한 웨딩드레스,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하는 환상이 뮤리엘을 늘 붙들고 있다. 친구 론다와 만난 뮤리엘은 고향을 떠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어느 수영선수와 위장결혼까지 마다않는다. 결혼생활은 불행의 연속이고 친구인 론다마저 병들자 뮤리엘은 자신의 삶에 대해 조금씩 진지하게 생각한다. 여느 로맨틱코미디의 관습을 거스르는 <뮤리엘의 웨딩>은 결국, 한 여성의 자기발견에 관한 영화다. 처음에 그녀는 사회의 억압, 성적인 콤플렉스 등에 지배당하지만 족쇄에서 스스로 벗어난다. 친구에게 의지한 채 뮤리엘은 어디론가 또다른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제껏 자신을 구속했던 ‘풍경’들에 웃으며 손을 흔들면서 말이다. 아바의 “난 스스로 목표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어요. 당신이 오기 전까지는요”라는 노래가사와 상통하는 결말이라고 한다면 터무니없는 억측이 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