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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장선우 감독을 둘러싼 소문과 진상
2002-02-08

`지겨워, 한편 더 하고 그만둘 거야`

이전에도 그랬지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성소)의 제작을 시작한 이후 장선우 감독이 `스캔들`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거의 없었다. 장기간 촬영이 진행되던 도중에는 `그 영화,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엎어졌다`, `감독이 교체된단다` 등 별 흉흉한 소문에 휩싸였던 그는, 고고하게 편집에 몰두하고 있는 요즘에도 이런저런 소문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성소>, 아직도 촬영중이라면서?’라는 이야기. 하지만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면서 그에 관한 `악성 루머`는 차츰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입방아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교적 가볍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소문은 여전히 그의 주위를 떠돌고 있다.1. 장선우 감독이 편집하다 말고 절로 도망갔다?“도망은 무슨 도망. 지난해 말 열반하신 혜암 스님 영결식에 참가하기 위해 해인사에 2박3일 동안 내려갔던 건데. 사실 그분은 나의 마음의 스승이시죠. 1999년 <바리공주> 준비할 때 선방에서 지내면서, 그 생활을 몸으로 체험하는 게 꼭 필요했는데, 서울의 선방에서는 집중도 잘 안 되고 하더라고. 그래서 아예 확실하게 배우자는 생각에 혜암 스님을 찾아갔었어요. 툭하면 존다고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그분께 많은 걸 배웠지. 결국 동행한 이들과 `곡차`를 음미하느라 다비식은 보지 못했지만. 나로선 빠질 수 없는 행사였어요.”2. <성소>가 칸영화제에 진출한다?“얼마 전에 칸영화제에 나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프랑스 평론가 피에르 뤼시엥을 만난 것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나? 그 사람도 어차피 <성소>가 칸이 열리는 5월까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그 사람 <성소>에 출연도 해요. 시스템을 상징하는 얼굴로 쓰자고 했지. 대신 뤼시엥하고 같이 온 리처드 페냐라는 사람을 만났지.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프로그램 디렉터이자 뉴욕영화제 프로그래머라는데, 그 사람 하고 뉴욕영화제 얘기는 했어요. 간다, 안 간다를 말한 건 아니고. 셋이서 밥을 먹었는데, 영화 얘긴 하나도 안 하고 `국제정세`에 관해서만 말했다니까. 9.11 테러? 그게 아니라 동성애자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냐, 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얘기했어요.”3. 투자자와 제작사로부터의 압박 때문에 초조한 마음으로 서둘러 작업중이다?“압박?이라기보다는 나 스스로 빨리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지. 사실 지난해 연말에 개봉했어야 할 영화잖아요. 그런데 올 여름까지 미뤄졌으니, 그 정도는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라고요. 편집을 빨리 끝내줘야 CG가 많은 시간을 갖고 완성도 있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게 또 빨리 끝나야 사운드쪽에 신경을 써줄 수 있으니 말이죠. 아무튼 투자사와 제작사에 조금은 켕기는 마음이 있긴 해요.”4. <바리공주> 프로젝트는 물건너갔다?“절대 아니죠. 사실 <바리공주>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데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가서 회의하고 그러는데. 그동안 사람이 좀 바뀌긴 했지만, 빠진 사람보다는 새로 보강된 사람이 훨씬 많아요. 지금은 시나리오를 정교화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해요. 나도 <성소> 정리되는 대로 이쪽에 참여를 해야 하는데…. 프리프로덕션을 철저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 역시 아무도 해보지 못한 대단한 작업인 셈인데, 뭔가 발전을 하려면 모험은 필수적인 것 아니겠어요.”5. 편집실을 찾는 이들에게 <성소>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자신감은 무슨. 막대한 돈을 투자해준 투자사에 미안해서 뻥친 것도 있지 뭐. 하하…. 아니, 진짜 엄청나게 많은 그림을 놓고 순서편집을 했는데, 어떨 땐 대단한 영화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면피만 하면 다행이다, 이런 생각하기도 하고 그랬다니까. 나도 정말 오락가락해요.” 6. 벌써 다음 영화를 기획중이다?“어휴, 한편만 더 하고 그만둬야지…. 그런데 지금 다음 영화를 생각할 정신이 어디 있겠냐구. 영화에 대해서 점점 무뎌지는 것 같아. 요즘 DVD에 재미를 붙였는데,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보면, 거기 이브라힘 페레던가, 가수가 있어. 그 사람이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는 거의 법화경 수준이야. 세상이 불타고 있다, 막 이러니까. 그 사람이 뉴욕 거리를 걸으면서 하는 말이 있더라고. 2년 전만 해도 나는 음악을 완전히 그만두려고 했다. 지금 이렇게 뉴욕도 와보고 좋다. 왜 관두려고 했냐니까 지겨워서 관두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내 기분이 그 사람 얘기한 것처럼 지겹다는 거야. 나도 지겨워서 관두려고 생각한다니까…. 응? 편집실에서 봤더니 지겨운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고?”▶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편집실을 급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