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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턴트 에일리언> `해괴망측하게 한번 놀아볼까`
2002-02-15

남자가 샤워를 하고 있다. 몸의 일부를 클로즈업했더니 `와이(Y)`자 형으로 굴곡이 나 있고 가운데에 털이 있다. 어, 이게 어디야? 남자였는데. 카메라가 멀어진 뒤에 보면 옆구리의 일부분이다. 다시 클로즈업했다가 멀리 빠지기를 몇 차례. 계속 은밀한 부위를 떠올리게 하지만 무릎 뒤쪽이나, 팔꿈치 주름 등 다른 곳이다. 애니메이션 <뮤턴트 에일리언>은 시작부터 `해괴 망측하게 한번 놀아보자'며 관객에게 장난을 건다. 빌 플림튼 감독은 57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생각과 장난질을 멈출 의향이 전혀 없는 것 같다.플림튼은 전작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97년)의 도입부에 “고상한 취향은 창의력의 적”이라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한 뒤, 이상한 전파를 맞아 상상한 대로 모든 일이 일어나게 된 남자를 주인공으로 인간 욕망과 권력자의 속성을 맘껏 풍자했다. 기괴하고 우스꽝스런 성행위가 등장하고, 사람의 내장이 팝콘처럼 튀어나왔다. 그의 단편은 손이 귀로 들어갔다가 눈으로 나온 뒤에 다시 코로 들어가면서 머리를 꽁꽁 묶어버리는 등 사람 얼굴을 밀가루 반죽처럼 갖고 노는 유머가 허다하다. 흔히들 영혼의 형상을 담고 있을 것으로 간주하는 소중한 얼굴을 완전히 물질화시켜 깔아뭉개는 플림튼의 애니메이션은 보는 이들에게 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그는 권력도 같은 방식으로 깔아뭉갠다. 그의 기벽이 그대로 살아있는 <뮤턴트 에일리언>는 지난해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앙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대상을 받아, 플림튼을 `미국 애니메이션의 이단아`에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작가로 등극시켰다.첫 장면에서 샤워를 하던 남자는 우주 비행사이다. 샤워 겸 소독 뒤에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우주성 최고권력자의 속셈은 딴 데 있다. 이 권력자는 우주선의 기름을 방류시켜 버린 뒤, 귀환이 불가능해진 주인공에게 자신이 미리 써준 편지를 읽게 한다. `나는 미국을 위해 우주에서 사라집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읽는 장면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뒤, 우주성에 성원이 답지하면서 우주사업은 날로 번창한다. 하지만 음모의 희생양이 돼 우주 한복판에 버려진 주인공은, 동물들을 싣고 난파된 우주선을 만나 그들과 함께 우주선 안에서 살아간다. 돼지, 뱀, 새, 개구리 등과 뒤섞여 섹스가 이뤄지고, 동물들은 돌연변이(뮤턴트) 2세들을 낳는다. 주인공은 그 2세들과 함께 20년 뒤 복수를 벼르며 지구로 돌아온다.구성이 마카로니 웨스턴을 닮았고, 돌연변이 동물들은 <포켓 몬스터>의 포케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방식은 시종일관 경쾌하고, 옆길로 빠져서 엉뚱한 에피소드를 장시간 끼워넣기를 서슴지 않는다. 지구에 남겨진 주인공의 딸이 애인과 섹스하기 직전, 수녀와 창녀가 튀어나와 설전과 육박전을 벌인다. 지구로 돌아온 주인공이 기자회견에서 들려주는 거짓 경험담은 오디세이의 플림튼 버전이다. 플림튼은 이번에도 권력을 큰 표적으로 삼아 조롱과 풍자의 화살을 날리지만, 그 부분은 신랄하다기보다 이야기의 한 구성요소로 정형화된 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보다 옆길에서 들려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짭짤한 재미를 주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의 별미이다.임범 기자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