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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현의 오! 컬트 <미스터 엑시던트>
2002-02-20

가슴은 콩닥콩닥 머리는 아찔아찔!

나는 왠지 모르게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보면 기분이 우울해지면서 슬픈감정이 들곤 한다. 밝게 웃고 있는 채플린의 얼굴에서조차 우울함과 서글픔을 느끼곤 하니, 영화 속 슬픈 이야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뭐랄까? 슬픈 몸짓이랄까? 채플린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고 있으면 그냥 슬프다.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서글픔을 떨구어내는 듯 내 맘 가득 무거움이 자리잡는다.

어린 시절 난 ‘양이사’란 별명이 있었다. KBS의 코미디 프로 중에서 ‘회장님 회장님’이란 코너였던가? 아무튼 김형곤씨가 회장으로 나오는 그 코너에서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구박받는 캐릭터가 바로 ‘양이사’였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양종철씨가 연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에게 그런 별명이 지어진 것은 나도 TV 속 ‘양이사’처럼 수업중에 엉뚱한 질문과 행동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자 했기 때문이다.

슬프지 않은가? 어떻게든 친구들의 관심을 끌어보고자 하는 왜소한 소년의 몸부림이? 그래서인지 나에게 슬랩스틱은 코미디가 아닌 서글픔이자 슬픔이며 비극으로 느껴진다.

독특한 호주산 코미디영화 <미스터 엑시던트> 또한 지독히도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정말 너무도 서글프고 애처로운 진짜 슬픈 영화다. 물론, 그런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 관점이지만 정말 지독히도 배우는 몸을 혹사시킨다. 모든 물건을 분해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크럼킨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난 로저는 가족들로부터 상상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구박받으면서 결국 상상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상상력을 잃어버린 아이의 슬픈 인생은 서글픈 슬랩스틱과 함께 좀 괴팍스럽고, 다소 엉뚱하다 못해 불쾌할 정도의 과도한 연기로 표현되고, 주위 캐릭터들 또한 그에 못지않게 불친절한 몸짓과 과도한 연기로 보는 이를 슬픔에 잠기게 한다. 이건 진정 웃긴 게 아니라 슬픈 것이다.

영화의 첫 도입부에 나오는 로저의 아침식사 장면은 전형적인 슬랩스틱의 서글픔을 담고 있다. 자신은 어떻게든 터져나오는 수돗물을 막아내고 싶은데 전화는 울려대고, 놀란 김에 받아보니 그건 다리미고, 결국 그렇게 힘겹게 시작한 하루는 좀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찌됐든 이 영화는 상상, 곧 꿈을 꾸는 것을 잃어버린 한 아이가 다시 꿈을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모든 영화에 사랑이 빠질 수 없듯이 그런 그에게도 사랑이 찾아오게 되는데 이것이 그의 인생을 변화시킨다. 꿈을 잃어버린 이에게 꿈을 다시 찾아주는 것은 바로 사랑이란 이야기.

그러고보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어가게 된다. 그녀가 나의 맘을 받아준다면, 그녀가 혹시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앗! 내가 고백하고나면 그녀는 날 미워하지 않을까? 짧은 시간 안에 무수히 많은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지나가며 그 하나하나 상상의 화면 속에 가슴은 콩닥콩닥 머리는 아찔아찔.

지금까지 나의 ‘오! 컬트’를 돌아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정말 못쓰는 글로 무던히도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에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듯 코끝이 시려온다.

이 글이 제대로 써진 걸까? 이게 재미있을까? 이거 너무 뻔한 영화 아닌가? 새로운 거 없을까? 등등 나 또한 잠시나마 ‘오! 컬트’를 쓰는 동안 사랑에 빠진 듯 이리저리 혹시라도 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애처로운 몸짓을 보여온 것 같다.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건만 이제 그만 두려고 하니 못내 아쉽기 그지없다. 못난 행동들만 보이고 가는 듯해서 영 맘이 서글프다. 좀더 제대로 쓴 글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좋으련만….

그러나 영화 다 찍고 극장에서 후회하면 무엇하리?

짧은 기간 나의 못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리며 언젠가 ‘오! 컬트’보다 더 독특하고 기괴한 영화로 극장에서 만나뵙기를 고대하며 이만 마침표를 찍는다(난 적어도 꿈은 꾸고 있으니 그리 슬픈 슬랩스틱은 아니지 않았을까? 암튼….).

To Be Continued!!!민동현/ 단편영화 <지우개 따먹기> <외계의 제19호 계획>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