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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의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2002-02-21

이미지와 음악의 황홀한 동거“<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성공은 전적으로 훌륭한 음악에 힘입은 것이었다. 몇주 전 쿠바에 가서 몇명의 음악인을 다시 만났는데 모두 성공한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 <부에나비스타…>를 만들려고 했을 때, 특별한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젊은이처럼 불타오르는 마음으로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도대체 누군지 알고자 노력했던 것뿐이다. 이번 영화도 그들이 훌륭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만들기 시작했다. 또 이들의 음악을 독일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를 통해 쿠바의 사라진 음악 거장들을 찾아나섰던 빔 벤더스 감독이 베를린영화제에 들고 나온 신작은 역시 음악가를 다루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Viel Passiert-Der BAP Film)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독일 쾰른지방의 록밴드 BAP이 걸어온 길을 다채로운 음악과 영상을 통해 풀어놓는다. 1976년 결성돼 현재까지 활동을 벌이고 있는 BAP은 쾰른지방 사투리를 써 노래를 부르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일부 독일 기자들조차 기자회견장에서 감독에게 “알아듣기 힘들었다”고 불평하기도 했고, 제작사는 독일 개봉을 위해 독일 표준어 자막을 통해 이들의 가사를 보여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BAP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가사에 담을 뿐 아니라 이런 생각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으로도 이름나 있다. 82년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는 본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인종주의와 네오 파시즘에 반대하는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이들의 과거 활동 모습과 현재 시점의 공연장면 등을 번갈아 보여주며 밴드의 음악적, 사회적, 인간적 세계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영화는 갖가지 저항운동에 동참하는 모습뿐 아니라 동독의 축제에 초청받았다가 표현의 자유문제로 공연을 포기하고 서독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나 고향인 쾰른의 축구팀 FC쾰른에 관해 나누는 잡담까지 슬근슬근 훑어내린다. 벤더스 자신이 음악인을 찾는 주인공이자 내레이터로 등장했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와 달리 이 작품엔 벤더스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은 매우 주관적인 관점에 선 작품”이라고 말한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BAP의 리더 볼프강 니에데켄의 눈과 기억을 통해 비친 그들과 주변 사람, 사건들을 담는다. 그는 쾰른에서 보낸 자신의 소년기부터 킹크스, 롤링 스톤스를 접하며 빠지게 된 음악과의 인연, 대표곡에 대한 해설, 그리고 자신이 품고 있는 꿈까지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니에데켄이라는 개인을 발가벗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이 작품에 관해 벤더스는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픽션”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한 극장으로 들어가는 니에데켄의 모습으로 시작해 BAP의 공연이 시작되고, 그들 뒤의 은막에 각종 영상이 투사되는 모습을 보여준 뒤 그가 다시 극장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끝난다. 픽션답게 <롤라 런>의 요아힘 크롤 등 배우도 출연한다. 결국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픽션이라는 큰 보자기로 다큐멘터리를 야무지게 감싼 독특한 작품인 셈이다. 하지만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를 즐겼던 것처럼 BAP의 흥겨운 리듬과 저항적이면서도 서정성을 갖고 있는 이들의 가사를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에서 어렵다거나 복잡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특히 “누구나 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때도 있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네…. 난 뒤를 돌아보지 않아. 왜 그래야 하는가. 끝났어. 됐네. OK…” 같은 가사가 담긴 발라드곡은 가슴을 붕 떨게 만들기도 한다.이 프로젝트는 벤더스와 니에데켄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12년 전 벤더스의 고향인 뒤셀도르프의 한 미술관에서 우연히 만난 둘은 친구로 지내왔다. 그러던 중 니에데켄이 새 앨범 <Tonfilm> 출시를 앞두고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를 논의하기 위해 벤더스에게 앨범을 보내줬고, 타이틀곡 <메이데이>보다 다른 곡들이 마음에 들었던 벤더스는 “좀더 크고 본질적인 프로젝트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앨범이 영화에 관한 노래로 꾸며졌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벤더스의 이야기다.“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즐거운 점은 이미지와 음악을 함께 실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하는 벤더스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전에도 `U2`의 보노,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 등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음악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표현해왔다.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벤더스의 이야기는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의 뿌리를 알 수 있게 한다. “볼프강 니에데켄이나 나나 60년대의 킹크스, 롤링 스톤스 같은 밴드들의 음악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예술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나는 일찍이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음악에 대한 애정을 식게 하긴커녕 오히려 더 갈망하게 했다. 영화와의 인연도 당시 갖고 있던 색소폰을 전당포에서 카메라와 바꾸면서 시작됐다.”그의 다음 작품도 음악영화다. 마틴 스코시즈와 기획한 연작 다큐멘터리 <블루스>가 그것. 그는 마이크 피기스, 마크 레빈 등 6명의 감독과 함께 블루스 음악의 역사를 담게 된다. 그가 맡은 부분의 제목은 <악마가 내 여자를 가로챘네>로, 자신이 좋아하는 3명의 블루스 뮤지션을 다룰 예정. 또 그는 현재 샘 셰퍼드와 함께 쓰고 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올 여름쯤 새 프로젝트의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사진설명>1. 빔 벤더스 감독2. 영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제52회 베를린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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