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Enjoy TV > TV 가이드
[케이블영화] 오! 그레이스
2002-03-07

즐겁게 살자니까

Saving Grace 2000년, 감독 나이젤 콜 출연 브렌다 블리신 <HBO> 3월6일(수) 밤 10시

<오! 그레이스>는 천연덕스런 코미디다. 영화를 보면서 엉뚱한 웃음을 짓게 되는 요인은 단순하다. 마약이라는 극단의 소재를 위트있게 풀어나간다는 점. 집안에서 마약을 재배하는 어느 중년 부인의 존재가 그렇다. 인심좋고, 주변에 짜증스런 일이 벌어져도 ‘도대체 고민할 게 뭐람. 세상은 이렇게 평온하고 행복하기만 한데’라며 미소를 지을 법한 그레이스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그녀는 온실에서 마리화나를 재배하면서 ‘돈벌이’가 될 것을 기대한다. 여기에 덧붙여 <오! 그레이스>는 주변부 캐릭터들의 존재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 동네에 옹기종기 모여살면서 같은 동네 주민의 잘못을 은근슬쩍 눈감아주고, ‘사는 게 그렇지, 함께 즐겁게 살자’ 식의 태도를 보이는 그들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오! 그레이스>는 사소함을 중시하고, 영화 속 모든 인물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는 영국식 코미디의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더없이 평온한 삶을 영위하던 그레이스는 어느날 엄청난 시련을 겪는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도 충격이고, 그가 남긴 빚도 골치아프다. 무엇보다 남편이 아무 말 없이 자신에게 빚을 떠넘긴 사실을 그레이스는 믿기 힘들다. 정원사 매튜는 대마초를 살리는 방법을 찾다가 그레이스와 상의한다. 결국 대마초를 성공적으로 재배하는 것에 자신을 가진 그레이스는 매튜와 손잡고 대량으로 대마를 재배하기로 한다. 그레이스는 샘플을 들고 홀홀단신으로 도시로 향한다. 불법으로 판매할 목적이다. <오! 그레이스>는 우리에게 <비밀과 거짓말>의 인상적인 연기로 알려진 브렌다 블리신 주연작. 영화 후반으로 향하면서 중년들의 로맨스까지 가미하면서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오! 그레이스>의 클라이맥스라면 그레이스의 집에서 대마를 태우는 연기를 맡은 인물들이 하나같이 황홀경에 빠지고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될 것이다. 지상에서의 ‘천국’이란 이런 게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