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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02-03-13

DVD/메인과 단신

Artificial Intelligence: A.I. 2001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자막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 중국어, 타이어 오디오 DD 5.1 EX 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지역코드 3 출시사 워너

난 스필버그가 존경스럽기는 한데 그다지 좋지는 않다. 이유는 분명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옮겨내는 그의 능력은 위대하다 못해 경이로운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영화들 자체가 걸작이고 위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거 혹시 그의 능력에 대한 대책없는 질투 아니야…?’ 하고 물으면 할말이 없긴 하지만, <A.I.> DVD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런 대책없는 생각을 했다.

<A.I.> DVD에 수록되어 있는 100분이 넘는 분량의 서플먼트에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엄청난 수준의 정보들이 가득 들어 있다. 문제는 그 대부분이 ‘최고의 전문가’가 ‘최고의 시설’을 이용해 ‘최고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며, 모두 ‘최고의 감독 스필버그’였기 가능했다고 외친다는 점이다. 그것은 마치 근사한 사진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서플먼트라는 이름의 서랍장의 서랍들을 차례로 열어보다가 어느새 확 질려버리는 듯한 느낌과 흡사하다.

물론 나의 이런 느낌은 <A.I.> DVD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평가 중에서도 가장 작은 것임이 분명하다. 시간을 가지고 서플먼트를 한 코너씩(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로 살펴본다면, 전혀 다른 경지의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제작을 위해 각 분야가 어떤 식으로 일을 나누어 하며 어떤 작업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친절하면서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서플먼트들이 가진 가장 큰 미덕.

그런 면에서 특히 매력적인 부분은 아역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와 조연으로 출연한 주드 로의 입장에서 기록된 <Acting A.I.>라는 코너. 제작진의 관점에서 보이는 배우의 입장이 아니라 배역에 적응해나가는 배우의 입장에서 영화를 분석하고 있는 이 코너는, 이전의 다른 어떤 DVD 서플먼트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다. 동시에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스타급 배우를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볼거리가 많은 코너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A.I.> DVD에는 미술, 세트, 조명, CG, 의상, 음악 등 각 분야에서 작업한 전문가들이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주는 코너들이 준비되어 있으며, <A.I.>의 아버지격인 스탠리 큐브릭이 80년대부터 시작해온 아이디어 작업의 흔적도 곳곳에서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단 예상했던 대로지만 스탠리 큐브릭과 그가 작업한 내용들은 구체적인 시각자료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스탠리 큐브릭과 연관된 다양한 자료들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A.I.> DVD는 실망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영화 <A.I.>에 만족했던 이들에게는 큰 만족을 가져다줄 게 분명하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 <A.I.>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