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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위대한` 생존의 날개짓
2002-03-19

세상엔 황량한 바람 소리와 날개 퍼덕이는 소리밖에 없는 듯하다. 인간들이 아귀다툼을 벌이는 시간에도, 모두들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그들은 날고 또 난다. <위대한 비상>은 지난 96년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통해 신비스런 곤충의 세계를 보여줬던 팀들이 3년에 걸쳐 담아낸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자'들의 이야기다. 철새들의 여행이 `위대한' 건 무엇보다도 그것이 생존을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중간 경유지에서 태어난 새끼들도 날갯짓을 익히고 이내 미지의 길을 떠난다. 단지 해와 별을 지표삼아…, 오로지 살기 위해. 영화에는 회색기러기, 황새, 흰머리수리, 흰뺨기러기 등 35종의 철새가 등장한다. 이동거리는 천차만별이다. 바라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짧은 물질로 바다 속에서 1천㎞를 이동하는 킹펭귄이 있는가 하면, 2만㎞를 시원스레 날아가는 북극제비갈매기도 있다. 세계적인 조류학자들이 결정한 철새들의 알을 전세계에서 1천여개 채집해왔다. 여기에 새들의 `유모'로 선정된 40여명의 사람들이 알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새들과 대화를 나누고, 엔진소리와 카메라 소리 등을 들려줬다.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도록 훈련시키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다 자란 새들은 `유모'와 `카메라'가 탄 경비행기 곁을 날며 영화의 주역 역할을 능숙하게 해냈다. 제작진은 극지대 빙하에서 아프리카 모래사막까지, 전세계 36개국 175개지역을 돌며 일반영화의 100배인 150만자 필름에 담아냈다. 그 덕에 새들의 속도감과 인간의 땅을 내려다 보는 새들의 시선이 보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무너져 내리는 빙하나 황야를 달리는 말들의 모습 등 서사적인 화면들도 장관이지만 때론 발레의 군무를 하듯, 때론 사랑싸움을 하듯 벌이는 새들의 장난스런 모습 또한 빼놓을 수 장면이다.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2시간의 신비로운 철새들의 여행에 동행한 당신은 어깨가 뻐근해짐을 느낄 것이다. 마치 당신이 날기라도 했듯이. 감독 자크 페랭, 29일 개봉. 김영희 기자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