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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호 PD 인터뷰
2002-03-26

“칼라 시트를 가지고 다닌다”

만났을 때 PD는 19부 대본을 읽는 것으로 강행군의 중간을 메꾸고 있었다. 19일 방송될 20회 마지막 대본은 2월13일 수요일 현재 나오지 않은 상태. 윤석호 PD의 드라마는 현대적 화면 방식과 화려한 색감을 보여 시각적 완성도가 높다. <느낌> <컬러> <웨딩드레스> <프로포즈> <초대> <가을동화>가 그가 만들어낸 감정이 살아있는 윤석호표 드라마들. 13일 백상예술상에서 윤석호 PD는 <겨울연가>로 드라마 연출상을 받았다.

KBS 별관에 플래카드가 크게 걸려있던데 그만큼 회사에서 작품에 기대를 했다는 뜻일 것이다.

<가을동화>가 끝난 뒤가 데스크 직전이었다. 승진을 안하면 불만이고, 승진을 하면 작품을 할 수 없고. <가을동화>가 성공해서, 사람들이 충고하기도, 지금이 나가는 타이밍이다라고 하더라. 노선잡는데 헤매다가 나왔다. 외부에서 제작을 하니까 “너 역할 해야 돼” 하는 말을 듣지만, 별 수 없다. 좋아하는 걸 하는 수밖에. 따져보고 어떻게 할까 하는 것은 우리같이 정서감을 갖고 작업하는 사람들은 못할 짓이다. 잘하고 익숙한 것을 해야지. 아예 쉽게 결정은 한 것 같다. 컬러 시리즈 <화이트>가 이창훈이 첫사랑 애인을 잃고 그와 닮은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였는데, 연출할 때 좋은 기분으로 했다. 이 설정에서 죽음이 아니라 기억상실로 가자고 했고, 20부작이라 그것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가 힘들 것 같아 이복이라는 설정을 집어 넣었다. 그런 장치가 많을수록 기댈 데가 많아 대본을 꾸미기는 좋다.

시각적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시각적 관심이 높다. 건물이 좋다고 그러면 일부러 찾아가서 보는 편이다. 칼라 시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냉장고 색깔이 칙칙하면 붙여서 촬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겉멋이 없고 내용이 실한 것을 좋아한다. 포장하는 것을 가볍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래서 전봇대를 이상한 곳에다 박고, 스카이라인이 무너지도록 어울리지 않는 건물을 지어댄다. 그건 시각적 훈련이 얼마나 되었는가의 문제다. 디자인도 상품이 된다. 한류 열풍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이 드라마 내의 의상과 생활에 관심을 많이 둬서 인기가 있지 않나. 누가 본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음에 안 들면 기다린다. 마지막 여행 장면도 둘이 바닷가를 걷는다만 하고 끝낼 수도 있는 거지만, 예쁘게 보이게 하려고 갈매기를 불러 모았다.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니 대사씬 하면서 밤을 새우게 되고 일이 많아진다. 라디오 드라마도 아닌데 색채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유독 집착을 한다. 장면을 위해서 설정을 스토리 속에 집어 넣는다. 명장면을 꼽는다면.

첫키스하는 장면이 좋다. 대본에는 가로등 아래서의 키스였는데, 남이섬의 가로등이 예쁘지 않았다. 대본이 미리 받아서 어떻게 하면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꼬마 눈사람을 보고, 끈적끈적한 게 아니라 새가 모이를 집어먹듯이 그렇게 콕하는 뽀뽀였다. 그리고 스키장 제설차 장면도 좋다. 제설차는 하루종일 눈을 뿌린다. 밤촬영을 하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결론은 정해졌나.

작가와 통화해서 대강의 라인은 결정되었지만, 아직 대본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전에 했던 드라마들이 큰 관계설정을 한 뒤 조금씩 상황이 변화하는 것이었던 데 비해, 이번 드라마에서는 이복과 기억상실이라는 두가지 큰 요소를 가져가게 되니까 어렵다. 19부, 20부에서는 이복이 아닌 게 밝혀지고 여운있는 해피엔딩으로 가기 전에 몇가지 장치를 고심중이다. 18부가 이복이라는 것을 유진이 알게 되는 장면으로 끝나고 나서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항의글을 많이 남겼다. 우리는 이복이 아니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둘을 키스도 시키고,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바라보게도 한 것이지만, 트릭이 너무 세서 그런지 시청자들이 힘겨워한다. 정색을 하는 바람에 시청자들도 정색을 하고 쫒아왔다. 풀면서 해도 됐을 텐데. 연장방송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15부쯤에서 좀 느려졌다가, 지금 수습하느라고 한창 바쁘기도 하다.

<겨울연가>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논문식으로 정리를 한다면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이 있을 것 같다. 외부적인 요인은 작년 한해 사극이 너무 많아서 순수 멜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이 많았다는 것이다. 내부적인 요인은 첫사랑을 다뤘다는 것이다. 할머니에게도 첫사랑은 있으니깐. 나이를 먹어도 자기는 젊다고 생각하는 법이다. 다양한 사랑의 풍속도가 나와도 첫사랑은 다른 사랑이다. 깨끗하고 순수하고.

주인공 조와 테리는 쾌활하게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돈가방을 들고 유유히 나온다.<내일을 향해 쏴라>의 코미디 버전을 보여주는 듯하더니, 케이트가 등장하면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분위기가 바뀌고, 이내 미국판 <줄과 짐>으로 흘러간다. 별로 새로울 것은 없지만, 단단한 시나리오와 풍부한 캐릭터라는 기본에 충실한 영화.

100년 전 일어난 도끼살인사건과 그 진실을 쫓는 현재의 사진기자, 그리고 사진기자를 둘러싼 미묘한 애정관계 등, <웨이트 오브 워터>는 현재와 미래 그리고 사실과 허구 사이를 교차편집으로 누빈다. 초반엔 맥빠진 스릴러처럼 진행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일면식조차 없던 과거의 여성과 커뮤니케이션 상태에 이르는 진의 심리적 긴장이 스크린을 점차 옥죄어간다.▶ <겨울연가> 신드롬, 그 기억상실의 스토리

▶ 윤석호 PD 인터뷰